문재인정부의 제1과제인 검찰 개혁 작업이 암초를 만났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불명예 사퇴로 검찰 개혁 투톱인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시에 타격을 입게 됐다. 장시간 공들여 지명했던 안 전 후보자가 예상 밖의 사생활 문제로 낙마하면서 후임 법무부 장관 물색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안 전 후보자는 문재인정부가 인선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인사다. 검찰 개혁을 책임지고 완수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부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에 비(非)사시 출신을 동시에 임명하며 ‘검찰 카르텔’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출발부터 헛걸음을 내딛게 됐다. 누구보다 엄정해야 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허위 혼인신고 등 위법 논란에 휩싸인 뒤 하차한 탓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장고 끝에 악수를 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를 사전에 검증해야 했던 조국 수석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조 수석이 자신의 서울대 법대 스승이었던 안 전 후보자에게 느슨한 잣대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뼈아프다. 조 수석은 현 정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대비됐던 만큼 고강도 개혁 작업을 위해선 한 치의 허점도 보이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공정성을 의심받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본인만 알 수 있는 내밀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를 검증 부실이라고 볼 순 없다”며 “자술서를 받는 과정에서 본인이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적인 부분을 본인이 숨길 경우 어떤 고도의 시스템을 가져다 놓아도 알 수 없다”며 “부실 검증과는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도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개혁 성향이 강한 재야 법조계 인사를 찾는 데 집중해 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출신들이 주 대상이었다. 하지만 상당수는 검증 피로감과 검찰 개혁 부담감 등을 이유로 고사한 상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멘토에 가까웠던 안 전 후보자를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랬던 안 전 후보자가 끝내 낙마한 만큼 후임 인선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검찰 개혁의 상징인 법무부 장관 인선 기준을 양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 문제를 이유로 타협했다가는 검찰 개혁 자체가 후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탈(脫)검사화 등 국회와 행정부를 오가며 개혁을 진두지휘하려면 상당한 의지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검찰을 잘 알고, 중량감이 있으며, 개혁 성향이 강한 인사가 드문 상황에서 청와대는 또 다시 장고에 돌입하게 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재야 법조인들이 법무부 장관직을 고사했다. 안 전 후보자는 정말 어렵게 골랐던 인사”라며 “다시 원점에서 차분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 전 후보자의 낙마로 검찰 개혁을 주도할 민정라인이 다소 흔들리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검증과 설득 작업을 거쳐 후임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조국까지 검증 책임론… 검찰개혁 출발 前부터 ‘삐걱’
입력 2017-06-17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