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퇴할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다르게 생각한다”고 강변한 지 9시간40분 만에 전격 사퇴로 돌아섰다.
‘잘못은 했지만 후보자 자리를 사퇴할 정도는 아니다’는 식의 해명에 반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사적 문제에 대한 추가 의혹 제기 움직임이 보이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상황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자는 지난 11일 문재인정부 5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당시 청와대는 “검찰 중립·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찰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명 다음 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법과 원칙을 지켜내고 개혁·통합을 이루는 데 혼신의 힘을 다 하겠다”고 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은 시점에 후보로 임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자질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지난 13일 이후다. 그가 지난해 11월 출간한 책 ‘남자란 무엇인가’와 기고한 각종 칼럼의 내용이 ‘성(性) 인식’ 논란을 일으켰다. 시민단체는 물론 범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는 다음 날 법무부를 통해 해명자료를 내고 “(저서 등은) 개개의 문장보다 전체 맥락을 보면 그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확산됐다.
‘허위 혼인신고’와 ‘아들 퇴학 무마’ 의혹은 사퇴 여론의 결정타였다. 언론을 통해 그가 1975년 12월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하고 3개월 뒤 여성의 청구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아들이 2014년 고교 퇴학 처분을 면했다가 이후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며 부정입학 논란까지 불거졌다.
안 전 후보자는 2014년 7월 지방신문에 기고한 ‘인사청문회의 허와 실’이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사청문회의 강도를 약화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옳지 않은 일이다. 검증 기준이 높아진 것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安 후보자, 지명 5일 만에 낙마
입력 2017-06-17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