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언론보고 알았다” 부실 인사검증 파장

입력 2017-06-17 00:14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밤 전격 사퇴했으나 청와대의 부실 인사검증에 따른 후폭풍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안현호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내정자 등 이미 사퇴한 이들에 대한 검증 부실 문제까지 재차 터져나올 분위기다.

특히 안 전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사실 검증 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안 전 후보자가 진실 게임까지 벌이는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안 전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지명 전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5일 밤 첫 언론 보도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자는 그러나 이런 사실이 알려지기 전 청와대 검증팀으로부터 관련된 질문을 받고 일부 소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에서 그(허위 혼인신고) 문제에 대해 질의가 있어 답변했고, 2006년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전 사전검증 과정에서도 내부적으로 해명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자의 말대로라면 이미 과거에도 몇 차례 제기됐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문제를 청와대가 지명 때까지 알지 못했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설명은 다르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후보자 추천 및 검증 과정에서 저희들이 (허위 혼인신고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 맞다”며 “이것이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워낙 사적인 문제라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허위 혼인신고 인지 여부에 대한 안 전 후보자와 청와대의 설명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안 전 후보자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안 전 후보자가 설명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자가 사퇴함으로써 누구 말이 맞는지는 큰 의미가 없어졌으나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실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정 전 차장은 임명 12일 만에 대학교수 시절 부적절한 품행 논란이 불거져 자진 사퇴했다. 안현호 전 수석 내정자도 청와대에서 일하다 지난 1일 낙마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은 여성 비하 논란이 불거졌지만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15일 밤 안 전 후보자에 대한 언론보도 이후 허위 혼인신고 사실을 파악한 청와대는 여전히 부실 검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청와대의 검증 과정이 부실했다는 문제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은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저희들이 알 수 있는 사항이 아니고 민사소송 판결문 같은 것을 검증이란 이유로 떼서 본다면 그 자체로 법률 위반”이라고 말했다. 또 “본인만 알 수 있는 내밀한 부분까지 검증 부실로 비판하면 안 된다”며 “본인이 제출한 청와대 사전질문서 답변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자 본인이 직접 밝히지 않은 사안을 검증 부실로 비판받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 인사는 “결국은 논란이 불거졌고,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민정수석실이 검증에 실패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김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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