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商高)·은행원 출신 조재연(61·사법연수원 12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와 여성 법관 박정화(52·20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신임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됐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50대 남성 고위 법관이라는 대법관 공식은 모두 깨졌다.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고 제청 이유를 밝혔다. 이번 대법관 제청은 문재인정부의 첫 사법 권력 인선으로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이상훈·박병대 전 대법관 후임으로 두 후보자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고 16일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여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청하면 국회는 청문회를 거쳐 동의 투표를 실시한다. 가결되면 문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조 후보자는 강원도 동해 출신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했다. 한국은행에서 일하다 성균관대 야간대학 법학과에 진학, 주경야독 끝에 1980년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하고 판사로 임관했다. 문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다. 11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다 1993년 법복을 벗고 현재까지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 자문위원, 2013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등 공직 유관 분야에도 폭넓은 행보를 보였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박 후보자는 1991년 법관 임관 이후 26년간 각급 법원을 돌며 다양한 재판 업무를 담당했다. 2010년 서울행정법원 첫 여성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파업 참여를 이유로 징계 해고당한 쌍용자동차 직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는 첫 판결을 내리는 등 사회적 약자의 법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후보자가 임명되면 김영란·전수안 전 대법관과 박보영·김소영 현 대법관에 이은 다섯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조 후보자를 추천한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와 여성을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 현재 대법원은 양 대법원장을 비롯한 10명의 판사 출신 대법관과 검사 출신 대법관 1명, 학계 출신 대법관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유력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 김선수(56·17기) 변호사는 제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한변협은 “오랫동안 순수 재야 변호사로 활동한 김 변호사가 제청에서 제외된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후임으로는 반드시 순수 재야 변호사가 제청돼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간 현직 대법원장·대법관 12명 중 지난해 9월 임명된 김재형 대법관을 제외한 11명을 임명하게 된다. 특히 양 대법원장이 퇴임을 불과 3개월 앞둔 상황에서 이번 인선은 문재인정부의 ‘사법 개혁’ 의중을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사법연수원 7기 동기생들이 사법부 요직에 대거 포진했었다. 양민철 기자
商高 출신·여성… 대법관 구성 다양화 ‘진일보’
입력 2017-06-16 21:43 수정 2017-06-17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