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허위 혼인신고’ 전력을 시인하고 “전적인 저의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사퇴할 정도의 과오는 아니라면서 역으로 검찰 개혁 명분을 내세워 국회 인사청문회 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를 둘러싼 자질 논란의 정도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뛰어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안 후보자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관측이다.
안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70년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큰 잘못은 저의 20대 중반, 청년시절에 저질렀던 일”이라고 말했다. 허위 혼인신고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직접 언론 앞에 선 건 안 후보자와 청와대 모두 사안의 심각성과 위기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장관 후보자 중 의혹 관련 공개 입장 표명은 처음이다. 그는 1975년 12월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가 3개월 만에 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았다.
안 후보자는 “저만의 이기심에 눈이 멀어 당시 사랑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실로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사과했다. 회견문에 ‘사죄' ‘후회' ‘반성'이란 단어를 세 번씩 썼다.
다만 개인사 영역으로 한정하면서 공직 수행 자질 문제와는 분리시키려 했다. 안 후보자는 “모든 흠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여망이자 국정과제인 검찰 개혁, 법무부 문민화 작업에 제가 쓸모 있다고 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을 했다”며 “국민이 기회를 주신다면 정식 청문회까지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적어도 며칠 전, 약 1주일 정도 전에 청와대에서 그 문제에 대해 질의가 있어 답변했다”며 “2006년 국가인권위원장에 취임하기 전 사전검증 과정에서도 내부적으로 해명했다”는 설명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증 과정에서 허위 혼인신고 사안을 파악하고도 묵인했거나 최소한 언론보도 전에는 사실관계를 알았을 개연성이 높다는 뜻이다.
안 후보자는 2014년 고교 재학 중이던 아들이 퇴학 처분을 받았다가 자신의 영향력으로 징계가 경감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결코 그런 일이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고개 숙인 安, 고개 돌린 野… 국민은?
입력 2017-06-16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