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고(故) 백남기씨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 청장은 박근혜정부에서 백씨 사망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경찰 책임도 부인한 바 있다. 이 청장은 또 일반 집회 시위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 모두발언에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시위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백남기 농민님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울대병원은 전날 백씨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
이 청장의 백씨 사망에 대한 태도는 전 정부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 청장은 지난해 9월 백씨 유가족의 반대와 법원의 기각에도 불구하고 백씨 부검영장을 거듭 신청한 바 있다. 이 청장은 당시 “백씨의 사인이 불명확해 부검을 통해 사인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0월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백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희생됐기 때문에 경찰 책임 아니냐’는 야당 측 질문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 청장 말에서는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투쟁본부는 “경찰이 진정으로 고인을 애도하고 유족에게 사과하겠다면 책임자들 처벌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 청장은 이날 사과에 이어 “앞으로 경찰은 일반 집회 시위 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며 “살수차 사용 요건 또한 최대한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 기준에 관한 규정’에 살수차 사용 요건을 ‘화염병 쇠파이프 각목 돌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 ‘타인 또는 경찰관을 폭행’ 등으로 명시할 계획이다.
또 이날 박경서 초대 유엔 대한민국 인권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경찰개혁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정기·수시회의를 열어 안건들을 논의한 뒤 오는 10월 21일 경찰의 날에 ‘경찰 개혁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이철성 경찰청장 “백남기 농민 유족에 사과… 살수차 엄격 제한”
입력 2017-06-16 17:40 수정 2017-06-16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