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는 지난해 3월 전체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마사회를 성과연봉제 도입 모범사례로 소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사회는 16일 발표된 ‘2016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1년 전 A등급에서 두 계단 미끄러졌다. 마사회에 이어 성과연봉제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한국전력도 지난해 A등급에서 올해 B등급으로 하락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앞장섰던 공공기관들이 올해 경영평가에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기획재정부가 당초 포함했던 성과연봉제 평가 부문을 막판에 제외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경영평가편람을 개정해 성과연봉제 가점을 100점 만점에 최대 4점(가산점 1점 포함)까지 주도록 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단도 이달 초 이 부분을 포함해 경영평가 결과를 기재부에 넘겼다. 그러나 기재부는 최종적으로 성과연봉제 평가 부문을 제외했다. 정부 말만 믿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둘렀던 기관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공기업 관계자는 “1∼2점 차로 등급이 바뀌는 치열한 상황에서 갑자기 평가기준을 바꾸면 앞으로 어떻게 정부 말을 믿겠느냐”고 말했다.
119개 공기업·준정부기관 중 A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16곳(13.4%)으로 1년 전보다 4곳 줄었다. 최우수인 S등급을 받은 기관은 5년 연속 없었다. 기재부는 D등급 이하를 받은 17개 기관의 장 가운데 재임기간이 6개월 이상인 기관장 9명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최하인 E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해임 건의 등 인사 조치 대상이 되지만 이번에는 해당 4명 모두 경고 조치만 내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3명은 재임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인사 조치 대상에서 제외되며 1명은 신규 지정된 소규모 기관인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임용된 지 1년6개월 이상 기관장 29명을 대상으로 한 기관장 평가에서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박기동 사장, 중소기업진흥공단 임채운 이사장, 해양환경관리공단 장만 이사장이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성과연봉제 앞장섰던 기관들 ‘박한 성적표’ 받아
입력 2017-06-17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