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서로 다른 히어로끼리 붙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상은 지난해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라는 영화로 현실화됐다.
무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서로 다른 무술의 고수들의 맞대결을 상상하는데, 그걸 현실로 만든 것이 이종격투기다. 레슬링, 유도, 복싱, 합기도 등 다른 종류의 무술을 익힌 사람끼리 승부를 가리는 이종격투기는 젊은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UFC 스타 코너 맥그리거가 오는 8월 2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맞붙는다”고 보도하자 이종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종격투기의 시초로는 1976년 일본 도쿄에서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던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 프로 레슬링계의 자존심 안토니오 이노키 간의 대결을 꼽을 수 있다. 대결 전 룰을 협상해 알리는 킥과 허리 아래 타격 등이 금지됐고, 이노키는 그래플링(뒤엉켜 싸우는 행동) 등이 금지됐다.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졸전에 그쳤다. 이종격투기에 대한 인식이나 룰이 확립되기 전이라 두 선수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만을 지켜 경기가 지루하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세기의 대결이 아닌 졸전부터 시작된 이종격투기는 점차 저변이 확대되면서 룰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이종격투기에서는 서로의 무술 실력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 허용한다. 선수들은 본인의 주력 무술 외에도 다른 무술도 익히는 게 유리해졌고 이종격투기는 눈 찌르기 등 극히 일부 기술만 제한받는 종합격투기(MMA) 색채를 띠게 됐다.
이종격투기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꾸준히 높아져 1990년대부터 K-1, 프라이드, UFC 등 세계 대회를 여는 이종격투기 단체들이 생겨났다. 현재는 UFC를 중심으로 각종 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예밀리야넨코 표도르, 미르코 크로캅, 밥 샙 등 선수들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삼보 선수 출신인 표도르는 일본의 종합격투기 단체 프라이드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전적 36승4패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 2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맷 미트리언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기 직전 미트리언이 신장 결석으로 입원했고, 세계 2위의 종합격투기 단체 벨라토르는 대체 선수 물색에 실패해 경기가 취소됐다. 그는 오는 24일 뉴욕에서 미트리언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국내 출신 선수 중에는 단연 ‘테크노 골리앗’으로 씨름계를 평정했던 최홍만이 단연 화제였다. 국내 씨름판이 침체에 빠지자 2005년 최홍만은 이종격투기 중 입식격투기를 하는 K-1 무대에 데뷔했다. 데뷔 초 ‘괴물’ 밥 샙을 이긴 최홍만은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217㎝에 달하는 키를 자랑하는 최홍만이 육중한 신체 능력을 자랑하던 밥 샙을 키로 압도하면서 팬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경기력이 크게 떨어져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국 후난성 화이화시 스포츠센터에서 시우잉슝 PFC가 주최한 대회에서 177㎝, 72㎏의 저우진평과 맞붙어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해 체면을 구겼다.
‘사랑이 아빠’로 이제는 더 익숙한 추성훈도 이종격투기에서 활약하고 있다. 추성훈은 국내에서 유도선수로 두각을 보였지만 국가대표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일본으로 귀화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81㎏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04년 12월 K-1을 통해서 데뷔했고 2009년부터는 MMA인 UFC로 옮겨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용호상박’ 싸움꾼… 누가 이길까
입력 2017-06-17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