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치 정국의 중심에 서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16일 “겸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나서면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이번 주말 장관 임명이 될 것 같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임명 절차에 들어간 뒤에도 강 후보자는 최대한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 역력했다. 표정은 밝고 여유가 있었지만 말은 아꼈다. 그는 집 앞에 대기 중이던 검은색 쏘나타 차량을 타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인근 임시사무실로 출근했다. 외교부 직원 한 명이 강 후보자를 수행했다.
강 후보자는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외부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야당 반대가 격렬하고 아직 후보자 신분임을 고려한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너무 민감한 시기라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다음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 등 문재인정부의 대외 관계를 설정할 외교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미 접촉이나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의 송환 문제 등 현안도 많다. 강 후보자는 평일엔 매일 사무실로 출근해 외교부 관계자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업무를 파악하고 있다.
강 후보자는 지난 14일 업무용 프로필 사진도 촬영했다. 외교부 홈페이지 장관 소개란과 취임 후 있을 미국 방문 등에 필요한 사진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후보자는 10여년 만에 하는 화장을 상당히 어색해했다고 한다.
1998년 외교통상부 국제전문가로 공직을 시작한 그는 2007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로 국제무대에 진출한 뒤 화장을 거의 안 하고 지내왔다. 은발 머리도 굳이 염색하지 않고 있다. 강 후보자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본 모습을 뭔가로 가리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사진 촬영 역시 외부 스튜디오에서 하면 눈에 띌 것을 우려해 사무실에서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후보자는 이날 검은색 상·하의에 베이지색 재킷을 걸쳤다. 진주 목걸이와 귀고리도 착용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전 외교부에선 한때 강 후보자의 화려해 보이는 외양이 고민거리였다. 외교부 간부들은 신상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공직 후보자의 옷차림이 너무 튀면 국내 정서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지적에 강 후보자는 출근길에 걸고 있던 진주 목걸이를 퇴근길에 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강경화 ‘낮은 행보’ “겸허한 마음으로…”
입력 2017-06-17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