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나는 수입차 사상 최대… 회사 명의 ‘꼼수 구입’↑

입력 2017-06-15 18:40 수정 2017-06-15 20:54



국내 억대 수입차 등록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입차 전체 판매가 1.2% 늘어나는 동안 시가 1억원 이상 수입차는 40% 가까이 늘었다.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수억원대 모델 대부분을 법인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나 ‘무늬만 회사차’ 억제 정책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국내 신규 등록 수입차(9만4397대) 중 시가 1억원 이상 차량은 1만9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291대)보다 38.5%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수입차 등록 증가율(1.2%)의 32.1배다.

가격대별로는 1억원 이상∼1억5000만 미만 차량이 687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5% 늘었다. 1억5000만원 이상은 3228대로 2.8% 증가했다.

1∼5월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 1만대를 넘겼다. 이 기간 억대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2513대에서 해마다 크게 늘며 2014년 5930대, 2015년에는 전년보다 63.5% 급증한 9694대를 기록했다. 그사이 세금 혜택을 받으려고 고가 차량을 회사 명의로 산 뒤 개인 용도로 쓰는 ‘꼼수 구입’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법인 차량에 대한 과세가 강화된 지난해에는 억대 수입차 등록이 전년보다 4분의 1가량(24.7%) 줄었다. 7년 만에 첫 감소였지만 올해 큰 폭으로 반등하며 그 효과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비싼 차일수록 개인 구매가 어려운 만큼 운행일지 작성 등 번거로움을 감수하고라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체 수입차 중 법인차는 지난해 35.4%에서 올해 34.5%로 소폭 줄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지만 수억원짜리 수입차 구매자 중 법인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롤스로이스 34대 중 31대(91.2%), 람보르기니 19대 중 16대(84.2%), 벤틀리 77대 중 56대(72.7%)가 회사차로 등록됐다. 롤스로이스 등록대수는 지난해(24대)의 1.4배다.

이들 초고가 차량은 영업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한 예로 9대 중 8대가 법인 명의로 등록된 람보르기니 우라칸 LP610-4 스파이더는 5.2ℓ 10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최대 출력 610마력, 최고 시속 324㎞를 내는 컨버터블 스포츠카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연간 억대 수입차 등록 규모는 사상 최대였던 2015년(2만3000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1∼5월 신규 등록 수입차 중 억대 차량 비중은 지난해 7.8%에서 올해 10.7%로 확대됐다. 2015년 10.1%보다 높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