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이벤트에 정해진 수순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시점에 단행됐다. 한국은행은 15일 김민호 부총재보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시장 반응이 없자 별도 메시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연준의 금리 인상 사흘 전 우리 금융시장에 ‘긴축 깜빡이 신호’를 보냈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세를 전제조건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론적이긴 하지만 취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긴축 신호였다. 이 총재는 2014년 4월 취임 이후 다섯 차례나 금리를 내렸다. 기준금리 제도가 도입된 1990년대 이후 역대 한은 총재 가운데 금리를 올리지 않고 퇴임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한은이 내년 3월 이전에 한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은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연 3% 경제성장률 회복이 불투명할 정도로 경기 회복세는 아직 미약하다. 정부가 ‘일자리추가경정예산안’ 국회 통과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은도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해 경기 회복을 최대한 도와야 한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은 1359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가운데 저소득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부터 높인다. 빚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가구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을 놔두고 볼 순 없다. 하반기에 연준이 계획대로 금리를 0.25% 포인트 추가로 올리고, 보유 자산 축소를 본격화하면 ‘글로벌 돈줄죄기’ 여파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 한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1999년과 2005년에 역전된 적이 있다. 두 차례 모두 미국이 먼저 올리고 한국이 뒤따라가는 양상이었다. 금리 역전은 부작용을 안겼다. 1999년의 경우 그해 4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넘게 순매수를 보이던 외국인이 5월에 순매도로 돌아섰었다. 2005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됐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미 간 금리가 같아지는 시점에 외환시장에서 단기적 충격이 발생했지만 이후 빠르게 안정화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리스크는 상존한다. 우리의 기준금리 조절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과 다시 통화스와프를 맺는 보완책 등이 필요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자본 유출 촉매제가 될 수 있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금리 인상 셈법 복잡해진 한은… 올리자니 경기 걱정, 한계가구 양산 위험도
입력 2017-06-15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