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칭의’‘예정설’ 개혁 정신으로 무너진 한국사회 공동체 회복을

입력 2017-06-16 00:02

마르틴 루터의 ‘이신칭의(以信稱義)’와 장 칼뱅의 ‘예정설’이 한국 사회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키워드로 제시됐다.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마르틴 루터의 이신칭의론은 500년 전 종교개혁 정신의 핵심 가치다. ‘인간의 구원은 하나님에 의해 정해져 있다’는 예정설은 장 칼뱅의 주요 사상 중 하나다.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사진) 교수는 15일 서울 신촌 연세대에서 개막한 제5차 동서신학포럼 발제자로 나서 종교개혁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독인인 그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회학자 중 한 명이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협력과 균형을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국정 비전 및 프레임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21세기 한국사회와 종교개혁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한국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공동체 위기’를 꼽았다.

그는 “‘20 대 80 사회’ ‘1 대 99 사회’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소수의 승자들 뒤편에 다수의 패자들이 있다”면서 “그들에게 같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과 생각을 안겨주지 못하고 있는 게 한국 사회의 현 주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 자율성을 중시하면서도 공동체적 연대를 지향하는 ‘연대적 개인주의’를 강조했다. 21세기의 공동체 회복을 지향하자는 의미가 담긴 용어다.

김 교수는 “공동체 회복을 위해 요구되는 ‘연대’는 타인에 대한 존중을 뜻한다”면서 “이는 곧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깨달음,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자각과 타인의 존재에 대한 관용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신칭의와 예정설이 공동체 회복의 핵심가치인 관용을 일깨워주는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즉, 인간의 불완전성에 주목해 믿음에 의한 구원을 강조한 루터의 교리는 관용의 정신에 맞닿아 있다. 구원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금욕주의를 낳게 만든 칼뱅의 예정설 또한 인간의 불완전함과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김 교수는 “관용이 대화와 타협, 나아가 공존과 연대의 조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종교개혁 500주년이 한국사회에 주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막스 베버의 저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인용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욕망을 움직이는 세 가지 힘은 화폐와 권력과 신체”라며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루터와 칼뱅의 사상은 21세기 욕망의 시대에 욕망이 갖는 한계 또한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