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 정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야권을 정면 비판한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개혁적 인사에 대한 국민적 지지 여론이 크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법적 규정을 따져볼 때 장관 후보자 임명은 국회가 아닌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논리다.
문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도덕·정책적 검증 강화보다는 정치 이슈로 변질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야권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이며,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명분상 밀릴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오늘은 제가 몇 마디 먼저 말씀 좀 드리겠다”며 야권을 작심 비판했다. 직접 야당과 회동을 여러 차례 하는 등 협치 노력을 계속했는데, 야권이 장관 인사를 이유로 “협치 불가”를 거론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표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준비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야권의 인사 반대가 국민적 여론과 동떨어졌다는 사실도 여러 차례 지적했다. 지난주 발표됐던 몇 개 여론조사에서 강경화 후보자 임명 찬성이 60∼70%였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절차적 문제도 지적했다.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위원회는 검증 후 경과보고서를 제출하지만 대통령이 이를 따를 의무는 없다. 대신 과거 정부 시절 인사청문 과정에서 여론이 악화되면 국정 운영 부담을 우려해 철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강 후보자의 경우 지지세가 아직 견고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 후보자가 장관에 부적합하다면 부적격 의견을 적시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면 되는데, 이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흠집내기용 시간끌기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대법원장 등은 국회 동의를 받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다. 대통령이 국회의 뜻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며 “그러나 그밖의 정부 인사는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입장은 이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야권의 드센 문제제기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상당수 후보자들이 야권의 비판을 받은 뒤 낙마했다.
차이점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 국민의 개혁적 열망이 높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 강행 이유로 국민 여론을 거론한 것은 결국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부적인 인선 기준을 마련하기 전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강 후보자) 정도면 (장관 임명을 할 만한) 사회적 합의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갈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文대통령 여론 업은 ‘강경화 강수’… ‘양날의 검’ 될 수도
입력 2017-06-1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