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15일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참여를 거부했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회의에 복귀함으로써 노동계, 사용자 측, 공익위원들이 모두 동참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인 오는 29일을 지킬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핵심 쟁점인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을 둘러싼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이행하려면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을 앞으로 3년간 연평균 15.7%씩 올려야 한다. 경영계는 물론 영세상인, 중소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슈퍼마켓,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는다고 비명을 지른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측은 한 걸음 더 나갔다.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당국을 압박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최소 인상을 내세웠다. 노사 양측의 간극이 워낙 커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 낙수효과가 사라진 마당에 근로자 임금 상승을 통해 분배 개선을 꾀하겠다는 새 정부의 방향은 옳다. 다만 많은 정책이 그렇듯 최저임금 인상 역시 양면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화끈하게 올려주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되면 편의점 사장들이 모두 가게를 접고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하소연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공포 그 자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일방통행식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그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궁리하는 것이다. 정부는 영세상인 카드수수료율 인하, 중소기업 납품단가 정상화, 자영업자 세제 대상 지원 등 나름대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피부에 와 닿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이란 것이다. 최저임금을 기업 규모와 산업별, 직무별, 업무 난이도 등에 따라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겠다. 최저임금 위반 사례 역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법을 어기는 사업장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아무리 올려봐야 소용없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이란 점에서 적절한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얼마를 올리겠다고 목표를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방식은 부작용을 낳는다. 근로자의 기본 생계를 보장하면서 영세 소상공인의 주름도 펴는 묘책을 찾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사설] 최저임금 1만원보다 후폭풍 진정책이 먼저다
입력 2017-06-15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