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시카고에 가서 흐뭇한 말을 들었다. 메트로 시카고에 속해 있는 윌링(Wheeling)시 얘기다. 이곳 한인교회들이 매입한 부동산을 상업용에서 종교용으로 용도변경을 하는 과정에 얽힌 이야기다. 이런 용도변경이 일반적으로는 쉽지 않다. 시 입장에선 상업용이면 세금이 들어오지만 종교용으로 변경하면 수입이 없어진다. 미국의 경우 교회와 연관하여 종교용도가 되면 면세가 된다. 용도변경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관련 위원들이 참여하는 공청회가 열리는데 현황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과 반대가 보통이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 초 열린 공청회는 환대와 박수 속에 진행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미국 사람이 이런 공청회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공청회가 특이하게 진행된 배경이 있다. 2015년 10월 윌링시 시장과 밥 돌드(Bob Dold) 연방 하원의원, 지역 기업인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방문에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를 비롯한 지역 한인교회가 공식적으로 얼마간 재정도 지원했다. 사절단은 한국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방한이 처음인 사람이 많았는데, 서울에서 한국의 경제적 발전상을 보고 문화적 체험을 하면서 놀랐던 것이다. 이들이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이미 시카고 지역 한인교회들은 한인사회를 지역에 연결하려고 애를 썼다. 중·고교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지역 여러 행사에 참여하며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과 교류했다.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을 해외교민 또는 해외동포로 부르는데 최근 들어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용어가 많이 쓰인다. 이 단어는 발음 그대로 헬라어인데 성경에서 이스라엘 본토 밖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디아스포라가 명사고 동사는 디아스페이로(diaspeiro)다. 성경에 명사형 디아스포라가 세 번 나온다. 요한복음 7장 35절, 야고보서 1장 1절, 베드로전서 1장 1절이다. 개역 개정판 한글 성경으로 세 곳의 표현이 이렇다. “헬라인 중에 흩어져 사는 자들” “흩어져 있는 열두 지파” “흩어진 나그네” 디아스포라는 본토 밖으로 흩어져 사는 사람들 또는 그들이 사는 지역을 뜻한다.
외교부의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코리아 디아스포라는 2014년 12월 31일 현재 181개국에 718만4000명이다. 한인들이 그렇게 많이 각국으로 진출한 중심 요인은 기독교 선교다. 이들 코리아 디아스포라는 대한민국의 큰 자산이다. 전 세계의 디아스포라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잘 운용하면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운명적 과제인 통일을 위해 디아스포라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700만명 넘는 코리아 디아스포라와 연관해 그저 우리 민족이 뭉치는 역할만을 생각한다면 국제적인 명분은 별로 없다. 그런데 코리아 디아스포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란 명제를 중심으로 운용한다면 국제적인 명분이 뚜렷하고 또 실제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평화란 관점이 뚜렷하지 않은가. 백의민족이나 예악(禮樂)을 중시한 전통, 동학혁명과 3·1운동, 4·19민주혁명 등을 거치고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독재나 압제에도 저항하며 평등을 지향해온 역사의 흐름 등 말이다.
신약성경 시대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서 디아스포라의 뜻을 말한다면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본토 밖에 흩어져 산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그 지역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본토와 디아스포라 지역 사이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시카고 지역의 한인교회와 한인사회에서 최근 있었던 즐거운 공청회는 이런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한 결과다. 아주 중요한 점을 기억해야 한다. ‘조국이 잘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이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나라로 우뚝 서며 경제 외교에서 영향력이 넉넉해야 한다. 이번 정부가 꼭 성공해야 한다는 바람을 시카고 교민사회에서도 읽었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바이블시론-지형은] 祖國이 잘돼야
입력 2017-06-15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