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여름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닭 등 가금류 관련 업체들이 울상이다. 판매량이 급감한 데다 가격까지 곤두박질쳤다. 사면초가 상황이지만 일부 업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공급 물량은 미리 정한 약정 가격에 공급해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생닭 시세는 ㎏당 1590∼1790원에 형성돼 있다. AI 발생 이전인 지난 1일만 해도 ㎏당 2590∼2790원 선이었다. 2주 사이 1000원이 뚝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판매량도 줄었다. 육계협회와 대한양계협회 등 관련 협회는 AI 발생 후 판매량이 25∼30% 줄었다고 밝혔다.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6개월∼1년 기간으로 계약해 약정 가격에 물량을 공급하는 유통망은 되레 이득을 봤다. 치킨 프랜차이즈, 학교 급식, 군납의 경우가 그렇다. 그중에서도 한국육계협회 소속 14개사 전체 판매량의 32.5%를 차지하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공급 계약 가격은 보통 ㎏당 4000∼5000원에서 결정된다. 약정한 생닭 가격에 털 제거 등 가공비와 유통비를 모두 포함한 가격으로, 업체별 계약에 따라 소폭 차이를 보인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BBQ와 계약한 B사의 경우 생닭 가격(가공·유통비 등 제외)을 ㎏당 2000원으로 고정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발생 이전만 해도 손해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득이 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치킨 프랜차이즈 공급 물량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두드러진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업체별로 치킨 프랜차이즈 공급 비중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70%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공급 비중이 높은 마니커나 판매 물량 자체가 많은 하림과 같은 경우 치킨 프랜차이즈 부문에서는 AI 발생에도 손해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판매량이 줄어 수익 자체는 악화됐다”고 말했다.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기획] 닭고기 약정 공급업체 ‘AI 충격파’ 줄였다
입력 2017-06-1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