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공부 중요하다”… 대표적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도 기독교 가치 인정

입력 2017-06-15 00:03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대표적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성경공부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간) “종교 교육을 없애선 안 된다”는 도킨스의 주장을 보도했다. 그는 “우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을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독교를 모르면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은 현재 세계 최악의 종교”라고도 주장했다.

도킨스는 최근 열린 첼튼햄 과학 페스티벌에서 “종교 교육을 학교에서 없애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나라면 종교 과목을 없애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옥스퍼드영어사전을 보면 성경 구절이 셰익스피어의 문장만큼 많이 인용돼 있다”며 “성경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독교는 유럽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기 때문에 기독교나 십자군 등을 모르면 역사를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투적 무신론자’라는 별명을 가진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 등의 저서에서 종교를 평가절하하고 신이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왔다. 그런 그가 성경과 기독교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도킨스는 최근 연이어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이슬람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모든 종교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종교가 똑같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각 종교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보면 이슬람은 현재 세상에서 가장 나쁜 종교다. 세상의 주요한 악이며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라는 게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단 “모든 무슬림이 악하지는 않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이슬람국가(IS), 이란 정권 등으로 인해 고통 받는 무슬림들이 있다며 “제대로 된 무슬림들은 이슬람의 광신적 교리로 인해 그 누구보다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킨스는 이전에도 이슬람을 비판하며 기독교에 우호적인 의견을 남긴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파키스탄의 한 어린이공원에서 발생한 테러로 70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종교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언론을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에 “부활절을 기념하는 기독교인들을 노렸다”는 무슬림 테러단체의 주장을 인용하며 “이래도 종교 문제가 아닌가”하고 비꼬았다.

도킨스는 2010년 한 모임에서도 전 세계적 기독교인 감소 추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복잡한 심경”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기독교는 (이슬람처럼) 건물을 파괴하거나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키지 않고 어떤 교파도 배교자라는 이유로 사람을 처형하지 않는다”며 “기독교는 더 나쁜 종교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방어막”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 변증가인 박명룡(서울 큰나무교회) 목사는 “도킨스는 여전히 무신론자이며 종교에 대한 반감과 호전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기독교에 대해 일부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수년간 기독교 철학자나 과학자들과 논쟁하면서 받은 영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