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이 지난 11일부터 ‘의료인 등의 명찰 표시내용 등에 관한 기준 고시(의료인 명찰패용법)’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료계 내부의 갑론을박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소규모의 1, 2차 의료 기관일수록 의료인 명찰패용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두드러졌다.
이른바 ‘유령수술’ 방지 차원에서 추진된 의료인 명찰패용법에 따라,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명찰에 면허와 자격 종류, 성명을 표시해야 한다. 단, 무균치료실과 격리병실, 중환자실은 예외다. 명찰 미착용이 적발되면 최대 7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국립대병원 및 서울 소재 종합병원 의료진을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의 반응을 확인해봤다. 찬성 의사를 밝힌 대한간호협회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대의 이유는 각기 달랐다.
대한의사협회 내부 관계자는 “환자 알권리 차원에서 취지는 공감한다”고 운을 뗐지만 “과도한 조치”로 바라보고 있었다. 명찰 패용의 세분화가 현장의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환자들이 ‘간호사인줄 알았는데 간호조무사’라고 지적한다”며 이에 “수치스러움을 느낀다는 간호조무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배려가 없는’ 조치란 말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기회를 통해 간호조무사와의 구분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강력한 시행을 기대한다”며 보건당국의 단속 의지를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외관상 구분이 없다보니 간호조무사가 전문 의료인인 간호사와 동일시되어 왔던 게 사실”이라며 “이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역할을 수행 및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혼선을 줬다”고 주장했다. 의료인 명찰패용법이 환자들에게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완전히’ 다르다는 시각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로 본 것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명찰이 간호조무사에 대한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편견은 곧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관계자는 “병원의 간호 인력을 전부 간호사로 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차이를 두는데 급급하지 말아줄 것”을 밝혔다. 우려의 시각만 있진 않았다.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의 활용도가 높은 만큼 이번 기회에 입지를 세우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밝혔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명찰 단속이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부 관계자는 “일부 몰지각한 의료인의 유령수술로 대다수 건실한 의료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개원의만 더 바빠지고 그로인한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시민사회단체의 도움으로 확인한 결과, 상급병원으로 갈수록 명찰 패용에 대한 예민도는 낮았다. 기자가 만난 여러 대형병원 의료진들은 명찰 패용 및 단속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이는데 그쳤다.
김양균 기자
의료인 명찰패용법… 유령수술 방지 목적 불구 신분간 갈등유발 역기능
입력 2017-06-18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