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 이후 사회복귀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들이 다시 우리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하기까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직업상담가 한수련(사진) 씨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환자와 가족들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씨는 국방전직교육원 소속 직업상담가로 지난 2012년 말부터 경희의료원에서 암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무료 진로상담 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암은 더 이상 ‘죽을 병’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는 질환’으로 변모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 암 경험자(암 투병 또는 치료 후 생존자)가 146만 명으로 국민 35명 중 1명꼴로 암을 경험했으며, 암 생존율은 70%에 육박한다. 그러나 암 생존자들이 투병 이전의 삶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아직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씨를 찾는 이들 가운데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많다. 한 씨는 “암 투병 중에는 환자 본인 외에도 병간호를 맡은 가족도 직장생활을 계속하기가 어렵다보니 암 치료가 종료될 시점에 생계가 막막해지는 가정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회복기에 있는 환자와 가족들은 암 발병 이전의 직장 또는 비슷한 업무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크다”며 “암 발병 이전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고용시장이 불투명하고 또 불경기다보니 암 이력을 갖고 새로 취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로 컨설팅은 내담자의 현재 상황과 기존 경력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씨는 “기존의 활동반경을 바탕으로 일할 수 있는 업체를 추천하거나 국가 지원책 등을 소개한다. 일례로 한 환자의 경우 기존에 강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 관련 분야에 대해 상담했고, 현재는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고 계신다”며 “종종 본인의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상담 내용은 명백하게 비밀로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한 씨는 “상담을 하면서 ‘왜 나를 도와주느냐’며 의심하거나 도움 받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점이 안타까웠다. 암 투병을 거치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힘들어지고, 관계에서 소외된 상태가 오래되다보니 새로운 상황을 두려워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며 “환자들을 대상으로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알릴 필요가 있다. 또 국가나 사회의 지원체계도 지금보다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암경험자의 치료 이후 사회복귀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 인식이 높은 편이다. 충북대병원 박종혁 교수팀이 암경험자 사회복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통증으로 작업능력이 떨어질 것이다’(70.4%), ‘암경험자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약할 것이다’(55.3%)등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하지만 암경험자와 직장에서 함께 근무하겠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암환자 동료가 일반처럼 일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 조성’(88.0%), 암경험자 동료가 승진하는 것에 찬성(79.4%) 등 긍정적인 답변이 높았다. 이에 따라 관련 정책 등 기반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미옥 기자
한수련 직업상담가 “암생존자 사회복귀 따뜻한 관심 필요”
입력 2017-06-18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