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동춘이 275억 K스포츠재단 출연금 빼내 갈 수 있나

입력 2017-06-14 17:46 수정 2017-06-14 21:40
K스포츠재단은 지난 3월 31일 서울행정법원에 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불법적으로 설립 운영됐다”는 결론으로 재단의 설립허가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 수사 결과 K스포츠재단에 모인 출연금 자체는 뇌물로 적용됐다. 출연금을 기업들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법원 판단 결과 뇌물이 확정되면 국고로 귀속해야 한다는 해석이 더욱 크다.

법적 다툼이 복잡하게 얽히고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법인계좌의 인출 가능성을 문의한 점은 그 자체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K스포츠재단 구성원들은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이기도 했던 출연금에 함부로 손을 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애초부터 장기저축보험 형태로 출연금 등 275억원을 보관해온 데도 이유가 있다고 한다. K스포츠재단 관계자는 “정 전 이사장이 오기 전부터 ‘원금은 절대 훼손되지 않게 하고, 이자수익만으로 운용하자’는 원칙이 서 있었다. 최순실씨 등의 압박을 우려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정 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문체부 지시에 따라 이사회를 소집해 운영 최소화를 의결했다. 임직원의 인건비를 삭감하고 렌트 차량도 해지했으며, 신규 사업 계약은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 매주 문체부에 K스포츠재단 내 자금 상황을 보고해야 했던 것은 물론이다.

검찰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가 본격화되며 정 전 이사장과 직원들은 갈등이 생겼다. K스포츠재단 내에는 내부고발자도 있었고, 반면 정 전 이사장은 최씨 측을 위해 ‘특검과 국정조사에 대한 대응방안’ 문건을 만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1월 5일에는 이사회가 정 전 이사장을 해임했는데, 이때 정 전 이사장은 재단이 ‘고영태 사단’에 장악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K스포츠재단은 어느 날 법인계좌의 인터넷뱅킹이 되지 않는 사실을 파악했다. 해임 뒤 법인 인감을 들고 나간 정 전 이사장이 일부 계좌를 없애거나 일정 금액을 인출하고 비밀번호를 바꿔 둔 상황이었다고 K스포츠재단 측은 설명한다. K스포츠재단은 은행, 문체부, 경찰 등에 이 상황을 알렸다. K스포츠재단 관계자는 “자금이 정 전 이사장 통제하에 있는데, 더 큰 손실을 막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드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의 경우도 정 전 이사장이 인출 가능 여부를 은행 측에 물은 이유, 얼마나 인출을 시도했는지 등은 모두 미지수다. K스포츠재단은 “돈을 인출하러 온 사람이 있다”는 취지의 은행 연락을 받고 비로소 정 전 이사장의 인출 시도를 알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전 이사장은 단순히 인출 가능성을 문의한 것일 뿐 ‘인출 시도’라는 표현은 올바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거래정지를 풀고 재단에 필요한 돈들을 쓰게 해줄 수 있느냐는 취지로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이유에 대해서는 “재단이 돈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데, 월급이나 공과금으로 줄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