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경쟁에 시달리면서도 어려운 이웃의 고통에 눈을 감지 않는 청소년들이 있다. 형편이 어려운 또래 소녀를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하고, 독거노인을 위한 안부전화 자원봉사도 한다.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에 여고생 6명이 찾아왔다. 학생들은 형편이 어려워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소녀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5014개의 생리대와 물티슈, 파우치를 기부했다.
이날 주민센터를 찾아온 김수현양 등 6명은 성북구의 계성고 3학년 학생들이다. 이들은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사용하는 소녀들이 있다는 ‘깔창 생리대’ 보도를 접하고 지난 3월 교내 모금을 시작했다. 자녀에게 생리대를 건네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착안해 ‘목화꽃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이고 참여자들에게는 직접 디자인한 목화꽃 무늬 배지도 나눠줬다. 지난달까지 3개월간 진행된 모금에 209명의 학생과 학부모, 11명의 선생님이 참여했다. 모금액은 52만1830원이었다.
여고생들의 모금은 어른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목화꽃 프로젝트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이 주민센터를 통해 생리대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도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행정기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시대가 아니라 행정기관이 먼저 찾아가 필요를 묻고 해결해 나가는 ‘찾아가는 복지’의 시대”라며 “또래 친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인 청소년들에게서 세심한 복지의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종로구에는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정기적으로 안부전화를 드리는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종로구가 고독사 예방을 위해 시작한 ‘중·고등학생이 간다! 간다! 간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중·고교생 자원봉사자 5명이 주인공이다. 고등학생 4명과 중학생 1명인 자원봉사자들은 지난달부터 종로구 창신2동에 혼자 사는 저소득 노인 5명을 1대 1로 맡아 안부전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전화 횟수는 월 3주 이상, 주 3회 이상으로 정해져 있어 2, 3일에 한 번꼴이 된다.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 종로구 자원봉사 코디네이터에게 자원봉사 교육을 받았고, 담당하는 노인을 찾아가 인사도 드렸다.
외로운 노인들은 학생들의 전화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전화해줘서 고맙다’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종로구는 이 사업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입시 경쟁에도… 연대·나눔을 실천하는 학생들
입력 2017-06-14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