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국조특위 대응 문건’ 작성, 정동춘 前 이사장은 누구

입력 2017-06-14 17:44 수정 2017-06-14 21:39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국정농단 사태 국면 곳곳에서 중추적인 역할로 등장했다. 베일에 싸여있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드러나게 된 것도 최씨가 정 전 이사장을 K스포츠재단 이사장으로 앉힌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이는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정 전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정동구(75) 초대 이사장에 이어 제2대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됐다. K스포츠재단과 최씨 사이를 잇는 역할이었다. 그전까진 서울 강남에서 ‘운동기능회복센터’라는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 최씨는 정 전 이사장의 단골손님이었다.

지난해 말 국정농단 사태가 표면화되자 정 전 이사장은 검찰 수사에 대응하라는 문건을 직접 작성해 직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그는 K스포츠재단 직원들이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확인하고 취합해 최씨 측에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특히 그가 만든 ‘특검 및 국정조사 재단 대응방침’ 문건엔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의 성향 분석 및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등 광범위한 내용이 담겼다.

정 전 이사장은 K스포츠재단이 롯데로부터 기존 재단 출연금 외에 추가로 받은 70억원을 돌려주는 데도 관여했다. K스포츠재단은 지난해 5월 경기도 하남 부지 체육시설 건립 등을 위해 롯데로부터 70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그러나 K스포츠재단은 돌연 한 달 뒤인 지난해 6월 9일 이 돈을 돌려줬다. 이를 지시한 이가 정 전 이사장이다.

그는 당시 K스포츠재단 부하 직원에게 “롯데그룹에 문제가 있다”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빨리 롯데그룹에 돈을 돌려주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돌려준 다음 날 서울중앙지검은 롯데그룹 본사 및 정책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롯데 수사 정보가 최씨 측에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에 정 전 이사장의 흔적이 드러나면서 그는 국조특위 청문회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완영 당시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과 위증을 모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에도 조사를 받았다. 헌법재판소에선 내놓은 증언마다 앞뒤가 맞지 않아 강일원 재판관에게 “증인 저를 잠깐 보시죠. 증인 말씀은 일관성이 없습니다”라며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둔 시기 태극기집회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