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한달새 10조↑… 이르면 내주 LTV·DTI 핀셋규제

입력 2017-06-14 18:44 수정 2017-06-14 21:41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가 지난달에 약 10조원 늘면서 다시 덩치를 키웠다. 월별 증가폭으로는 올 들어 가장 큰 규모다. 2개월 연속 증가폭이 확대됐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는 데다 미국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는 등 대내외 환경마저 녹록지 않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오는 8월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앞서 미리 과열된 시장에 ‘신호’를 주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가계부채 총액이 4월보다 10조원 늘었다고 14일 밝혔다. 가계부채는 지난 3월 5조5000억원 늘어 2월(6조8000억원)보다 증가세가 꺾였다. 하지만 4월 7조2000억원 늘면서 증가 규모가 다시 커졌다.

올해 1∼5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3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조8000억원)보다 작다. 지난해와 비교해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은행권 대출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부채는 6조3000억원 증가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해 5월의 평균(3조원)보다 배가 넘는다.

일단 금융 당국은 ‘봄 이사철 수요’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 가구로 올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 거래량 증가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LTV·DTI 규제 강화 등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일단 정부는 규제를 일괄 강화하면 시장 충격이 크다고 보고 ‘지역별 차등’에 무게를 둔다.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에 DTI를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집단대출의 경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원리금 분할상환 원칙)만 적용하고 있다. 집단대출 증가액은 지난 1∼2월 각각 3000억원에 그쳤지만 3월 1조원, 4월 1조4000억원, 지난달 2조원으로 다시 뛰는 중이다. 금융 당국은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이 집행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증가세가 심상찮다.

여기에다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점 역시 변수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저신용자 대출 중 74.2%가 비은행권 대출이었다. 저소득 대출자(47.3%) 다중채무자(52.3%)의 비은행권 대출 비중도 높았다. 취약계층은 주로 변동금리인 신용대출 비율이 일반 대출자보다 높아 금리 인상 파장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KB증권 문정희·유승창 연구원은 “이미 가계수지 적자가 지속된 저소득층,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비교적 높은 자영업자, 가계수지 흑자 비율이 낮은 고령층의 부채 상환능력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오는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취약계층을 겨냥한 방안도 담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