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순자산 1.3경 가구당 3.7억… 자산 증가율 가계↓ 기업↑

입력 2017-06-14 18:46 수정 2017-06-14 20:38
가계는 쪼그라들었는데, 기업만 비중이 늘었다. 부채를 오롯이 덜어내고 한 나라가 소유한 모든 것의 가치를 화폐로 계산해 본 국민 순자산, 국부(國富) 이야기다. 국부의 대부분은 부동산이다.

한국은행은 14일 통계청과 함께 ‘2016년 국민대차대조표 잠정치’를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어떻게 부유한지 보여주는 지표다. 국민 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경3078조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715조원 늘었다. 부동산 시장 호황에 따른 땅값 상승 덕을 봤다. 토지를 포함한 비생산자산의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4.6%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이 뛰었다. 지가상승률도 2016년 2.7%로 역시 2009년 플러스 반전 이후 최고치다. 땅 중심 비금융자산이 1경2741조4000억원으로 압도적이다. 이외 순금융자산은 336조6000억원에 그쳤다.

주체별로는 가계(가계·비영리단체)의 비중 축소가 눈에 띈다. 가계의 순자산 증가액은 2015년 416조7000억원이었는데, 2016년 360조50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부동산 외 순금융자산 증가분이 반 토막 났다. 2015년 154조6000억원 증가에서 지난해 64조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가계가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면서 은행 빚 등 금융부채가 크게 늘어난 반면 임금소득 등은 별 변화가 없어 금융자산 증가세가 축소됐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시장 등에서 금융자산이 개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개미의 눈물이다. 가계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도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 축소로 이어졌다.

가구당 순자산은 3억6779만원이다. 가계 순자산 7539조원을 지난해 추계인구 5124만명으로 나눈 뒤, 다시 2016년 평균 가구원 수 2.50명으로 곱해 나온 수치다. 부부와 자녀를 포함해 식솔이 3명 이상일 경우 빚 빼고 4억원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양극화를 감안하면 가구당 순자산 평균이 전체 가구 순자산 중간값보다 높다는 지적도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