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폴 포트의 급진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200만명이 학살된 ‘킬링필드’는 캄보디아에 씻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캄보디아 국민의 96%를 차지하는 불교신자들은 ‘전생의 업보 때문’이라고 자조할 수밖에 없었다.
1991년 오랜 내전이 끝났지만 살길이 막막한 캄보디아 국민들은 생존을 위해 성매매업소로 내몰렸다. 그 결과는 ‘추악한 성매매 관광의 온상’이란 낙인뿐이었다. 특히 아동 성매매에 따른 피해가 심각했지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은 없었다.
그늘진 캄보디아에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한 건 소수의 크리스천들이 변화의 싹을 틔우면서였다. 케이트 셸넛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 에디터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풍경을 생생하게 전했다.
셸넛이 처음 만난 사람은 기독교 인권단체인 국제정의선교회(IJM)에서 비밀정보원으로 활동했던 변호사 섹 사로은이었다. 사로은은 캄보디아가 성매매 실태 조사를 처음 시작하던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활동해 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경은 어린 소녀들의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는 프놈펜의 성매매 업소 밀집지역. 햄버거는 1달러, 생맥주는 1달러 50센트였는데 약간만 돈을 더 지불하면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곳이다.
IJM은 아동 성매매 등을 알선하는 포주를 제재하지 않는 캄보디아의 사법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행동에 나섰다. 경찰 및 사회복지단체와 협력해 성매매 업소, 마사지 업소, 가라오케 바를 꾸준히 감시했다. 이를 통해 500명이 넘는 피해자들을 구출하고 아동 성매매 사건 140건을 법정으로 보냈다.
결과는 놀라웠다. 2003년 성매매 산업의 30%를 차지하던 미성년자 비율이 2015년 2%까지 낮아졌다. 성매매 업소가 있던 자리엔 교회와 청소년 쉼터가 들어섰다. 기독 NGO 아가페인터내셔널미션(AIM)이 성매매 업소를 인수해 지역 분위기를 변화시켜 나갔다. AIM이 세운 크고 작은 청소년 쉼터엔 성매매와 학대로 고통 받던 소녀들이 미술·물리치료, 원예·제빵 교육 등을 받으며 자립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쉼터의 프로그램에는 복음이 들어 있다. 교회에 다니라거나 개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 머무는 소녀들은 어떤 식으로든 하나님을 발견한다. 쉼터 운영자 한나 버클 지부장은 “불교의 ‘업보’는 소녀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웠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소녀들이 짐을 내려놓고 삶을 기쁨으로 채우게 해 준다”고 말했다.
기독NGO와 크리스천들의 헌신은 기독교에 대한 인식도 바꿔 놨다. 10년 전만 해도 크리스천이 순교를 당하거나 지하로 숨곤 했던 캄보디아는 2010년 이후 기독교 인구가 급속히 늘어 현재 30만명 이상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신 프롬 바레이교회 목사는 “지금은 우리에게 카이로스(기회)의 때”라며 “우리가 성경에서 읽은 것을 하나님이 캄보디아에서 이루고 계신다”고 말했다. 전문은 크리스채너티투데이 한국판 6월호에서 만날 수 있다(080-586-7726·christianitytoday.co.kr).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국민일보와 크리스채너티투데이 한국판(CTK·발행인 오정현 목사)은 국내외 기독교 이슈를 공동으로 기획보도한다. CTK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중심으로 1956년 창간된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의 기독교 전문 콘텐츠를 한국에 전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CTK에 실린 세계 각지의 생생한 복음화 현장과 크리스천들의 헌신, 세계 복음주의 리더들의 흡인력 있는 목소리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시선, 기독교 세계] 캄보디아의 아동 성매매업소, 교회가 되다
입력 2017-06-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