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서 연습구를 던지던 넥센의 좌완 금민철에게 심판진이 갑자기 내려가라는 손짓을 했다. 금민철은 멋쩍은 표정으로 벤치로 돌아갔다.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는 희한한 장면이 나왔다.
3회초 넥센 선발 한현희가 팔꿈치 통증으로 강판하면서 급하게 투입된 금민철은 왜 연습구만 던지고 내려갔을까. 2017 KBO리그 규정 15조 2항 ‘나’를 보면 심판진은 명백한 부상에 해당된다고 보는 투수를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다’엔 같은 유형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우완 사이드암’ 한현희를 좌완 금민철이 대신해서는 안 된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심판진은 ‘우완 오버핸드’ 오윤성이 올라오자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심판진은 넥센 1군 엔트리에 한현희와 동일한 유형인 ‘우완 사이드암’ 신재영이 있었던 것을 알고서도 오윤성이 투구하도록 했다. 15조 2항 ‘라’에 있는 ‘좌·우 동일한 유형으로 투구하는 선수가 없을 경우 예외’라는 규정을 심판진이 어긴 것이다. 이날 경기 후 심판진은 “규정 적용을 잘못한 건 인정한다. 원활한 경기운영을 위해 선발투수인 신재영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 심판진은 선수들에 대한 반말과 고압적 태도로 많은 물의를 빚어왔다. 항의하는 선수를 향해 반말을 해 100만원의 제재금을 받기도 했다. 심판의 권위는 야구 규정을 어기는 자의적 판단을 일삼으면서 반말로 선수들 군기를 잡는 데서 생기는 게 아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심판’을 ‘운동 경기에서, 규칙의 적부 여부나 승부를 판정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고 전문성이 돋보이는 그라운드의 판관을 팬들은 기대한다. 글=이상헌 스포츠레저부 기자 kmpaper@kmib.co.kr
[현장기자-이상헌] KBO 심판, ‘반말’ 아닌 전문성으로 권위 세워야
입력 2017-06-15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