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의 교육정책, 디테일이 중요하다

입력 2017-06-14 17:40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학교 현장은 술렁이고 있다. 또 어떤 교육 변화가 시작될지 학생이나 학부모나 걱정이 태산이다. 입시 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에 교실은 혼란스럽다. 이런 저런 얘기에 벌써부터 자퇴를 결심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유명 학원이 밀집한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문을 두드리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교육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 개혁의 첫 화두가 던져졌다. 바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 폐지와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폐지다. 자사고·외고 존폐를 처음으로 들고 나온 인물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다. 이 교육감은 13일 “자사고와 외고 재지정을 단계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했다. 5년마다 재지정 평가가 시행되는 경기도교육청 관할 외고 8개와 자사고 2개를 2020년까지 일반고화한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자사고·외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 폐지’ 공약 이행에 앞장서며 그 일정을 구체화한 셈이다. 14일에는 교육부가 올해 일제고사를 시·도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국가 수준의 결과 분석은 표집 학교에 대해서만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제고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분석하고자 중3과 고2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시행하는 시험이다. 학교를 줄 세운다는 비판이 있었던 제도다. 이 또한 문 대통령의 공약이다. 새 정부의 대표적 교육 공약들이 서서히 공론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중 자사고·외고 폐지는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어서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현재 과학고를 제외한 특목고는 전국 단위 자사고 10개, 광역 단위 자사고 36개, 외고 31개, 국제고 7개 등이 있다. 이들 학교가 본래 취지와 달리 학교의 서열화 및 입시화로 교육 양극화를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폐지라는 큰 방향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 어떤 식으로’ 전환하느냐는 디테일에 있다. 해당 학교와 학부모의 반발이 뻔한 상황에서 군사작전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교육 개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셈이다. 학교 현장의 혼란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휘발성이 매우 강한 사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메가톱급 교육 개혁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들린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교육 실험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명심하길 바란다. 학생들을 ‘교육 실험쥐’ 신세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학생들의 아우성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