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재벌 개혁은 검찰 개혁처럼 몰아치듯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보기에 검찰 개혁은 속 시원하게 진도가 나간다는 느낌이 들지 모르겠지만 기업과 관련된 일은 워낙 이해관계가 많기 때문에 몰아치듯 해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임 일성이 ‘재벌 다독이기’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은 뒤 나눈 환담을 소개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재벌 개혁은 유관부처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정교한 조사를 하고 합리적 방안을 만들어 서두르지 않고 일관되게, 그리고 예측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절대로 4대 그룹을 딱 찍어서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다음 주 중 구체적인 재벌 개혁 방안을 직접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재벌 개혁 속도 조절은 국회 청문요청서 절차를 거치지 못한 채 임명되면서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야당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보다 정확하게는 을(乙)의 자세로 의견을 경청하며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반면 ‘갑을 관계’ 개선에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갖고 있는 행정력을 바탕으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공정위 소관의 하위 시행령 등을 개선하면 (갑을관계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공정위 퇴직관료의 전관예우 논란과 관련해 ‘철저한 내부 단속’을 역설했다. 그는 “업무시간 외에 공정위 OB(퇴직자)나 법무법인의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일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면서 “불가피한 경우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공정위는 ‘퇴직자 접촉에 관한 내부 규정’을 강화할 예정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김상조의 공정위 “재벌개혁 몰아치듯 안해”
입력 2017-06-15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