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계기로 청와대와 야당이 ‘마이웨이’를 외치며 벼랑 끝 대결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는 여론조사 결과를 앞세워 “국민 눈높이에서 검증을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예고한 말이기도 하다. 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인사청문회를 일부 보이콧한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추가경정예산 심의에 협조키로 했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까지 “일방적인 협력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섰다.
여소야대로 출발한 문재인정부가 협치에 시동을 걸기도 전에 인사청문회로 정국이 꼬인 것이다. 이 상태라면 일자리 추경뿐 아니라 정부조직 개편도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당장 눈앞에 놓인 한·미 정상회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6개월을 넘긴 국정 공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할 일은 쌓였는데 장관 인선에서부터 막힌 청와대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대선 전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청와대가 과거 어떤 정부보다 소통을 위해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할 만큼 했으니까 더는 어렵다는 생각은 꽉 막힌 정국의 해법이 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협의에 나서거나 ‘5대 인사원칙’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남았다는 의미다. 그런다고 대통령의 통치력이 약해지거나 권위가 떨어지지 않는다. 조급한 마음에 지지율을 근거로 야당을 압박하면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
야당은 고집을 피워서는 안 된다. 새 정부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사회 곳곳에 쌓인 구태를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각 분야에서 기대감이 분출하고 있다. 이를 잘 수렴해 국정에 반영토록 하는 것도 야당의 중요한 역할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청와대와 여야가 손을 맞잡고 나라의 앞일을 걱정하고 안팎에 쌓인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는 모습이다.
[사설] 협치 시동도 걸기 전에 야당과 등 돌린 청와대
입력 2017-06-14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