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잠재적 고객을 잡아라”

입력 2017-06-14 20:39
애경그룹 AK플라자가 경기도 성남시 서현동 AK플라자 분당점에 문을 연 뷰티 전문점 ‘태그온뷰티’ 내 셀프 메이크업 존에서 모델들이 전문 메이크업 숍처럼 꾸며진 화장대에 앉아 제품을 체험해 보고 있다. AK플라자 제공

유통업계가 ‘돈 안 되는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당장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고객의 시간을 잡아두는 게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애경그룹 AK플라자는 지난 4월 뷰티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며 선보인 뷰티 플랫폼 ‘태그온뷰티’ 내 ‘셀프 메이크업 존’ 하루 평균 방문 이용객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고 14일 밝혔다. 셀프 메이크업 존은 셀카(셀프카메라) 촬영에 최적인 조명과 거울, 편안한 의자를 구비해 놓고 화장대마다 아이패드를 설치해 브랜드별 메이크업 노하우 영상을 보며 따라해 볼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기존 뷰티업체들은 대부분 상품 진열대에 작은 거울을 붙여놓고 샘플 제품의 색상이나 발림 등을 간단히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있다. 태그온뷰티 내 셀프 메이크업 존은 아예 앉아서 메이크업 전 과정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 다른 점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셀프 메이크업 존 고객 중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40%에 달한다”며 “고객들이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만큼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놓으니 실구매율이 높아지고 재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공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커피전문점 업계에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른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들’은 음료 1개를 주문하고 콘센트와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면서 매장에 오래 머무는 고객을 일컫는다. 커피전문점 업계 입장에서는 카공족이 매장 회전율을 떨어뜨리는 데다 전기세까지 감안하면 매출에 도움이 안 되는 이들이었지만 최근 역발상으로 이들을 적극 겨냥한 매장도 생겨났다.

할리스커피는 최근 1인 좌석 콘셉트로 꾸민 매장을 대폭 늘려 혼자 공부하며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1인 좌석 매장은 10, 20대 학생 소비자를 대상으로 크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들은 음료뿐 아니라 디저트류나 샌드위치를 함께 구매하기 때문에 매출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도 고객 시간을 잡아두는 ‘시간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코엑스몰을 운영하는 신세계 프라퍼티는 지난달 말 ‘별마당 도서관’을 오픈했다. 13m 높이의 대형 서가 3개에 5만여권에 달하는 다양한 책과 잡지 등을 비치해 누구나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쇼핑몰 내 책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도심 속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오픈한 양평점 1층에 상품 진열대를 없애고 대신 지역 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어반 포레스트’를 배치했다. 대형마트 1층은 매출에 중요한 공간이지만 판매를 위한 공간이 아닌 소통 공간을 뒀다. 오프라인 점포를 찾지 않는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객 시간을 가둘 수 있는 이색 공간을 통해 쇼핑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