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사는 ‘안녕하세요’가 아니다. ‘바쁘세요’다. 하도 바빠 왜 일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렇다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버티자’ ‘견디자’며 다독인다. 팍팍한 생계 탓일까. 신자들은 주일예배 강단에서 “여러분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일터 속에서 소명을 가지며 살라”는 메시지를 듣고도 도통 수긍이 가지 않는다. 되레 “목사님들은 성도들이 어떻게 사는지 너무 모른다”며 하소연한다.
그런데 만약 설교자가 인생의 절반을 일터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떨까. 아니 그 설교자가 근로자로 일하거나 자영업자로 살아가고 있다면. 아마 그 메시지는 더욱 울림이 있을 것이다. 최근 목회자가 펴낸 일과 영성에 대한 책 두 권이 나왔다. 이들은 ‘일터에서 바른 영성을 추구하라’ ‘소명을 회복하라’고 권면한다.
왜 일하는가?(두란노)를 펴낸 서울 베이직교회 조정민 목사는 25년간 치열하게 언론인으로 살아오다 목회자가 됐다. 그는 책에서 언론인으로 살아온 경험과 목사로서 성경을 연구하며 터득한 ‘일의 영성’을 정리했다. 그의 글에서는 세상일보다 하나님일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 이분법은 없다. 확실한 신앙을 정립하자는 게 주된 메시지다.
그는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바른 신앙과 바른 영성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올바른 신앙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며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으나 이 ‘믿음의 기본기’야말로 일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이며 토대가 된다.
하나님을 모르면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하나님을 알면 그럴 수 없다. 하나님은 아버지이시며 우리는 그분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아버지가 자녀의 먹고사는 문제 하나는 해결해주시지 않겠느냐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뭣이 중헌지’ 아신다는 얘기다.
바른 영성을 가지면 일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프레임이 바뀐다. 자기 성취를 위한 일에서 이웃을 위한 일이 된다. 시기심과 경쟁 대신 사람들과 화평을 누린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일과 영성은 분리할 수 없습니다. 하나입니다. 일터에서 사랑하십시오. 일터에서 아름다운 영성이 꽃피게 하십시오. 나머지는 하나님이 하십니다.”(109쪽)
생계를 넘어 소명(생명의말씀사)의 저자 우병선 목사는 그리스도인에게 일은 소명, 즉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소명은 목사나 선교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기독교인에게 차별 없이 주어진다. 저자는 우리를 부르신 자리가 어디든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내자고 당부한다.
저자는 지역교회에서 교육부와 청장년 사역을 하다 교회를 개척해 북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신자들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하루는 가게 주인이 카운터에서 성경책을 읽다 담배를 뽑아 물던 장면을 목격했다. ‘교인들은 먹고 살기 바쁜데 우리 목사님은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성도들의 불만도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래서 저자는 ‘해라’가 아니라 ‘하자’ ‘해보자’고 권면한다. 밥벌이가 전부였던 사람에게 생계 너머 삶을 보게 하고 회복을 위한 처방전을 제시한다. 그 처방전은 너무 간단하다.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루에 5분씩이라도 성경을 읽겠노라고 서원하자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야 일이 소명이 되기 시작한다.
저자는 ‘소명자’의 역할모델로 네덜란드의 총리를 지냈던 목회자 아브라함 카이퍼를 꼽았다. 카이퍼는 목사 정치인 교수 언론인 작가를 차례로 거치면서도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과 소명은 변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카이퍼가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을 설립한 뒤 했던 첫 연설은 지금도 절절하다.
“모든 삶의 영역 중 단 한 치도 주님의 영역이 아닌 곳은 없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열심히 일하는 당신 일이 '거룩한 소명' 되려면
입력 2017-06-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