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私製) 폭탄이 사제(師弟) 관계를 폭파시켰다. 13일 연세대에서 발생한 사제 폭탄 테러 용의자가 피해 교수와 같은 학과 대학원생으로 밝혀지면서 이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와 교직원 모두 충격에 빠졌다.
13일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 세연넷에는 사건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피해를 본 교수의 후유증이 걱정된다는 이도 많았다. 한 재학생은 “교수라는 직업에 회의감도 들 것 같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후유증이 얼마나 심할지 상상도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학생으로서 이번 사건이 부끄럽다는 이들도 있었다. 대학원생 김모(29)씨는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상상이 안 된다”며 “학교에서도 다들 불안해한다”고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졸업생들도 한탄했다. 조모(26)씨는 “내가 수업을 들었던 건물에서 테러가 일어났다니 너무 놀랍다”며 “일반 학생이 그런 테러장치를 만들었다고 하니 앞으로 모방범죄가 많이 일어날 것 같아 무섭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모(30)씨는 “처음엔 실험 사고인줄 알았는데 테러라고 해서 충격이 더 컸다”며 “자초지종은 모르겠지만 어떤 이유든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범행 동기가 취업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하루 종일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취업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세연넷에는 “졸업예정자를 채용하면 시험을 보게 해주든지, 학교나 국가 차원에서 규정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공계에선 대학원생을 졸업시키지 않으려고 학점을 안 주는 경우도 있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날 늦게 경찰이 “취업·학점과는 무관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같은 학교 학생으로서 부끄럽다”
입력 2017-06-14 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