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미룰 수 없다” vs “오만한 질주”… 靑·野 정면충돌

입력 2017-06-14 05:00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본관에서 국회 예결위 간사단 및 상임위원장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함께 걸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은 불참했다. 앞줄 왼쪽부터 백재현 예산결산특별위원장(민주당), 황주홍 예결위 간사(국민의당), 문 대통령, 홍철호 예결위 간사(바른정당), 윤후덕 예결위 간사(민주당). 이병주 기자

청와대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며 인사청문 정국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새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경제불평등 해소를 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 강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당분간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야권과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정무라인을 총동원해 야당 설득에 나섰지만 실익을 얻지 못했다는 자체 평가다. 청와대는 협치를 위한 대화 노력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임명 강행의 명분을 쌓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국민들도 김상조 위원장을 공정거래 정책 적임자로 인정하고 있다”며 “흠결보다 정책 역량을 높게 평가하는 국민 눈높이에서 김 위원장은 이미 검증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밀어붙이기에는 각종 인사 잡음에도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했다. 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비판 여론에도 힘을 얻었다. 청와대는 야권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에 반발할 경우 오히려 야권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 임명을 강행하자 긴급원내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은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야당을 기만하고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며 “높은 지지 여론에 눈이 어두워 소위 촛불민심만 쫓느라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대통령 스스로 협치 의사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정 권한대행은 정국 파행을 경고하고 그 책임을 문 대통령에게 돌렸다. 정 권한대행은 “문재인정부에 대해 어떠한 협조도 하기 어려워졌으며 한국당은 원하지 않았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할 경우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해 이화학원 등에 대한 검찰 고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한국당은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바른정당도 논평을 내고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를 청문보고서조차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회 인사청문 제도를 무력화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소통과 협치를 하겠다는 문재인정부가 불통과 독재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도 14일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당은 김 위원장 임명에 유감을 표했으나 강력 반발하지는 않았다. 김수민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김 위원장 임명은 문재인정부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강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면서 “한국당 역시 협치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청와대와 보수 야당에 대한 양비론을 취했다.

하윤해 전웅빈 기자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