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이 특검으로 이어지며 미국 정치권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시리즈 인터뷰가 미국 방송의 전파를 탔다. CBS방송의 케이블 채널인 쇼타임은 12일(현지시간) 미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71)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4부작 ‘푸틴 인터뷰’ 방영을 시작했다. 인터뷰는 15일까지 매일 한 시간씩 방영된다.
푸틴과 2년 동안 12회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한 스톤은 “푸틴을 공정하게 소개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푸틴은 러시아 국익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며, 17년간 그 이해관계를 상당히 일관되게 표출해 왔다”고 평가했다.
푸틴은 미 대선 개입 의혹에 “우리의 일만 계속하는 것이 우리의 원칙 중 하나다. 우린 미국 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트럼프의 생각들이 마음에 들었고 양국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그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2005년에 크렘린궁 문건을 통해 “소련 붕괴야말로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소련 붕괴 이후 2500만명이 하룻밤 새 국외 거주자가 됐다. 이는 20세기 최대 재앙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푸틴은 자신이 대통령에 처음 취임했을 때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방안을 구상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00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그에게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 옵션을 한번 고려해보자’고 제안했다”면서 “클린턴이 ‘안 될 게 뭐 있느냐’고 답했지만 미국 대표단은 꽤 불쾌해하는 기색이었다”고 회상했다.
푸틴은 또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한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옐친이 집무실로 불러 갔더니 나를 총리에 임명하겠다면서 나중에는 대통령에 입후보하라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내가 대통령에 준비가 돼 있는지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푸틴은 “아직도 옐친이 왜 나를 후계자로 선택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푸틴 “트럼프 생각 마음에 들고 여전히 좋아해”
입력 2017-06-13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