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트럼프 생각 마음에 들고 여전히 좋아해”

입력 2017-06-13 21:4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올리버 스톤 감독. CBS방송

‘러시아 스캔들’이 특검으로 이어지며 미국 정치권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시리즈 인터뷰가 미국 방송의 전파를 탔다. CBS방송의 케이블 채널인 쇼타임은 12일(현지시간) 미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71)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4부작 ‘푸틴 인터뷰’ 방영을 시작했다. 인터뷰는 15일까지 매일 한 시간씩 방영된다.

푸틴과 2년 동안 12회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한 스톤은 “푸틴을 공정하게 소개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푸틴은 러시아 국익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며, 17년간 그 이해관계를 상당히 일관되게 표출해 왔다”고 평가했다.

푸틴은 미 대선 개입 의혹에 “우리의 일만 계속하는 것이 우리의 원칙 중 하나다. 우린 미국 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트럼프의 생각들이 마음에 들었고 양국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그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2005년에 크렘린궁 문건을 통해 “소련 붕괴야말로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소련 붕괴 이후 2500만명이 하룻밤 새 국외 거주자가 됐다. 이는 20세기 최대 재앙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푸틴은 자신이 대통령에 처음 취임했을 때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방안을 구상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00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그에게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 옵션을 한번 고려해보자’고 제안했다”면서 “클린턴이 ‘안 될 게 뭐 있느냐’고 답했지만 미국 대표단은 꽤 불쾌해하는 기색이었다”고 회상했다.

푸틴은 또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한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옐친이 집무실로 불러 갔더니 나를 총리에 임명하겠다면서 나중에는 대통령에 입후보하라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내가 대통령에 준비가 돼 있는지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푸틴은 “아직도 옐친이 왜 나를 후계자로 선택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