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 난항을 야권의 ‘흠집내기’라고 비판하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전격 임명했다. 보수 야당들은 “협치는 끝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 간 충돌의 핵심 인사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역시 임명 강행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초기 여야 간 충돌 정국이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김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지난달 17일 지명 이후 27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스스로 높은 기준으로 (검증을) 함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반대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좀 더 폭넓은 인사를 주문하지만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현재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자질, 능력, 정책 지향을 검증하기보다 흠집내기식으로 가기 때문”이라며 “특별한 흠결이 없어도 인사청문회 과정이 싫어서 고사한 분이 굉장히 많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부분 때문에 폭넓은 인사에 장애가 있다. 인사청문회 개선 방향도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 과정을 두고 야권을 정면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를 거치면서 국민들이 정부가 좀 더 도덕적이기를 바란다. 어느 때보다 높은 도덕성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능력 면에서 출중한 분들도 모시지 못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질책과 함께 격려를 받았다”며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 걸린 무게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주의와 재벌 개혁이 기업 활동을 억압하는 게 아니라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정면돌파를 선택한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시한(14일)이 다가온 강경화 후보자 역시 임명 강행을 검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 고공행진 등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14일 각각 회의를 열고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등을 검토키로 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권한대행(원내대표)은 긴급원내대책회의에서 “유감스러움을 넘어 도저히 좌시할 수 없는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국민을 무시하는 독선·독주 정권은 야당의 협력을 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정당도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소통과 협치를 말한 지 하루 만에 불통과 독선의 행태를 보였다”며 “향후 여야정 협의는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준구 이종선 기자 eyes@kmib.co.kr
김상조 임명 강행… 野 “협치 끝”
입력 2017-06-13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