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 면전에서 노태강 전 국장(문화체육부 2차관) 문제를 놓고 변호인과 법정 설전(舌戰)을 벌였다. 피고인석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은 유 전 장관 증언 내용을 듣다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3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 재판에 출석한 유 전 장관은 작심한 듯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는 노 전 국장에게 개인비리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실제 그는 상사나 부하 직원에게 최선의 성적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2013년 박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됐던 노 전 국장은 새 정부 문체부 2차관에 임명됐다.
유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며 인사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을 때 그게 직위해제나 해임인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인사이동 수준의 지시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모철민 당시 교육문화수석의 ‘그 정도로는 큰일 난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대통령이 파면이나 해임까지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고 표정 관리를 하기도 했다. 이어 자신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와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2014년 면직된 유 전 장관은 법정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한 박 전 대통령 측과 계속 신경전을 벌였다. 유 변호사가 “승마협회 관련 비리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누구에게 몇 차례 받았느냐”고 따지자, 유 전 장관은 “변호인 측이 사례로 든 내용에 다 나온다”고 쏘아붙였다. “어디에 그 내용이 있다는 거냐”는 유 변호사의 추궁에 유 전 장관은 “큰 소리 치지 말라”고 맞섰다. 유 변호사가 “반말하지 마시라고요”라며 언성을 높이면서 양측 감정이 격해지자 재판부가 “흥분하지 말라”며 자제시키기도 했다.
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
유진룡, 朴 면전서 “노태강은 능력자”
입력 2017-06-13 18:17 수정 2017-06-13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