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4단지 앞.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서너 명이 점포 문을 닫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디 가시느냐”는 질문에 한 업소 대표는 “경제부총리가 단속을 예고했지 않느냐”며 “문 닫고 좀 쉬는 게 마음 편하다”고 했다.
4단지는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대표적인 부동산 과열 지역이다.
국토교통부는 13일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과열우려 지역과 청약 과열이 예상되는 분양현장 점검에 돌입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감시 강화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합동점검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부분 중개업소는 문을 닫았다. 말 그대로 ‘부동산 파업’이었다. 개포동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시청, 강남구청 관계자 등 총 7명의 공무원이 조를 짜서 단속을 벌였지만 오전 내내 4곳의 업소밖에 방문할 수 없었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2차 단속이 시작된 개포 주공5단지 앞도 상황은 비슷했다. 1983년 10월 입주한 개포 주공5단지는 지난달 17일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단지는 현재 최고 14층 6개동, 940가구에서 최고 35층 26개동, 1307가구로 재탄생하게 되면서 매매가도 덩달아 폭등했다. 이 단지 전용 74.25㎡는 지난달 12억원에 거래됐다. 5년 전보다 5억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대형 호재를 맞아 들썩여야 할 인근 중개업소도 개포 주공4단지 근처와 비슷하게 조용했다. 개포 주공5단지 501동부터 502동 건너편까지 500m 거리에 위치한 중개업소 7곳을 돌았지만 문을 연 곳은 1곳에 불과했다.
단속반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개포동에는 총 186개의 공인중개소가 있는데 단속 소문을 듣고 문 연 곳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언제까지나 영업을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불시에 재방문해 현장점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반은 오후 2시35분쯤 첫 업소 점검에 돌입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공무원증과 강남구청장의 직인이 찍힌 검사증명서를 제시했다. 서울시청 직원도 계약서에 서명과 인장 처리가 돼 있는지, 본인 확인은 잘 이뤄졌는지 꼼꼼히 살폈다. 지역 시세나 실거래가로 신고된 가격보다 높거나 낮게 거래된 것이 있는지 등도 점검했다. 업·다운계약을 적발하기 위해서다.
해당 업소 대표는 “점검을 알리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거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 “문의도 없고 매물도 없다”고 말했다. 단속반에 적발되는 업소는 자격취소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이날 행정처분 대상이 된 업소는 없었다.
정부는 지난해 단속 때 투입된 인원보다 배 많은 231명으로 구성된 99개조의 합동 현장점검반을 전국에 투입할 예정이다. 세무조사도 동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을 취재한 결과 이런 식의 단속은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중개업소별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단속 상황을 공유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점검을 미리 예고하면서 생색을 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규제 움직임에 따라 시장 과열 진정효과도 있겠지만 부동산 업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 거래가 필요한 실수요자들에게는 불편을 끼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합동단속 시에도 단속 정보가 새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인원을 늘린다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예고된 단속… 중개업소 대부분 문 닫아 ‘실효성’ 의문
입력 2017-06-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