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공식 제기되면서 미국 정치권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로버트 뮬러(사진) 특검팀의 편향성을 제기하며 ‘특검 해임’ 카드까지 거론하고 있어 여야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문구’를 작성해 공개했다. 셔먼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를 위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탄핵 제안 이유 등을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수사중단 압력을 가하고, 말을 듣지 않자 그를 해고한 것은 사법방해 행위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공개한 탄핵 문구에는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의 신뢰에 반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행동함으로써 법과 정의에 관한 편견을 초래하고 미국 국민에게 분명한 상처를 줬다”고 돼 있다. 탄핵 문구의 일부는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해 발의된 탄핵안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과 공화당 일각에선 로버트 뮬러 특검에 대한 해임 카드를 거론하면서 맞불을 놓으려는 분위기다. 우선 뮬러 특검팀의 중립성이 빌미가 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특검팀 소속 수사관 4명이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진영 등에 후원금을 기부한 친민주당 인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법무부 부차관보 출신으로 현재 로펌에서 일하다 최근 특검팀에 합류한 한국계 지니 리(45) 변호사도 친민주당 인사로 분류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그룹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이날 트위터에서 “만약 공화당원들이 특검이 공정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특검이 누구를 고용하는지 보라. 특검을 다시 생각할 때”라며 특검 해임을 거론하고 나섰다.
트럼프 변호인단 소속인 제이 세큘로 변호사도 앞서 11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뮬러 해임 가능성에 대해 “만약 편견이 있다면 대통령과 참모들이 논의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닉슨 대통령도 특검 해임 카드를 꺼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아 하야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카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특별보좌관인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결백을 확신하고 있다”고 변호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러시아 내통 의혹’에 연루된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한국시간 14일 새벽 열리는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 증언한다. 그는 지난해 7월과 9월 두 차례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 만난 인물이다.
최근 코미 메모와 관련해 논란이 된 녹음기록에 대해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녹음기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닉슨 자충수 반복?… 트럼프측 특검 해임 거론
입력 2017-06-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