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외교안보라인은 ‘노무현 정부 시즌2’

입력 2017-06-14 05:00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조 후보자는 당분간 이곳으로 출근하며 통일부 직원들과 함께 인사청문회를 준비한다. 뉴시스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노무현정부 출신 인사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어게인 노무현’이나 ‘노무현정부 2.0’이라는 평가들도 나온다. 노무현정부는 동북아균형자론을 앞세워 미국에 일부 대립각을 세웠고, 북한엔 유화 기조를 이어갔다.

문재인정부 역시 대화 중심의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에 비해 훨씬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만큼 노무현정부 노선을 바탕으로 독자 행보가 가미된 형태의 외교안보 정책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노무현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대북 정보를 담당하는 국정원 3차장 등을 지냈다. 누구보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했으며 대북 대화 및 실무협상 경험도 풍부한 전략가다. 13일 지명된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더불어 문재인정부의 대북 전략을 책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낸 뒤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조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가 제가 현직에 있을 때도 복잡한 방정식이었는데 10년 사이 더 복잡해졌다”면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하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난항을 겪는 이유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국제사회의 대응, 우리 국민의 인식 변화 등이 구체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김대중정부 햇볕정책의 기틀을 만든 이론가다.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대미 정책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 대미 고위 사절단으로 참여했고,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국가안보실장 등 주요 보직 후보자로 거론됐을 만큼 대선 과정에서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2000∼2003년 주제네바 대표부대사, 국제노동기구(ILO) 의장을 거친 뒤 집권여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의 외교안보 자문그룹인 국민아그레망 단장을 지냈다.

국방 개혁의 전위대로 나선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노무현정부 청와대 안보수석을 지냈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비서관과 더불어 대표적인 대미 ‘자주파’로 꼽힌다. 이들은 외교관과 군 출신으로 구성된 ‘동맹파’와 자주 충돌했다. 따라서 북한 도발에 따른 안보 이슈 발생 시 군의 대응, 남북 군사 실무회담 등 군 주도 대북 접촉이 재개될 경우 어떤 기조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사드(THAAD)를 비롯한 갈등 과제가 산적한 한·미 관계 복원의 중책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2007년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을 지낸 바 있어 미국을 상대로 한 북핵 외교에도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류희인 국민안전처 차관도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