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대표회장 직무대행 체제가 50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교회연합기관의 통합을 둘러싼 물밑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하지만 교단 및 연합기관 간 입장 차이와 법적 절차를 둘러싼 문제 등으로 난제가 많다.
한기총의 통합 당사자 격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은 “한교연과 한기총 간 통합은 계속 추진한다”며 통합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지난 8일 열린 임원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기총의 직무대행체제로 인해 통합 추진 작업이 지연되고 있지만 한교연이 한국교회 통합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계속 추진해 나가자”고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현재 한교연은 한교연-한기총 간 세부통합 작업을 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고시영 목사)에 위임한 상태다.
통합 상대인 한기총은 임시총회 개최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4월 법원이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을 상대로 제기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후 임시총회를 열어 수장을 새로 뽑자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총 정관에 따르면 임시총회는 임원회 또는 회원 3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소집할 수 있다. 하지만 현 대표회장이 ‘사퇴’가 아닌 ‘직무집행정지’ 상태인 상황에서 임시총회 개최가 합법적인지 여부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한기총에 따르면 이 대표회장은 현재까지 사퇴서를 내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교단들 사이에서는 한교연과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중심으로 하는 연합기구 재편 구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교총은 ‘장·감·성·순·침’(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침례교) 등 7개 교단을 중심으로 올 초 발족된 교단 연합체다.
이들 교단의 주요 인사들은 최근 비공개 모임을 갖고 교회연합기구 통합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A교단 소속 관계자는 13일 “일정 규모 이상의 교단들을 중심으로 새 연합기관을 꾸려보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내달 중 한두 차례 모임을 가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교단 관계자는 “사석에서 일부 오간 얘기일 뿐 세부적으로 논의가 오가거나 진행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등 7대 종단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는 12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를 공동 대표의장으로 선출했다. 관례상 개신교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한기총이 맡을 차례였지만 직무대행 체제여서 양보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찬 백상현 최기영 기자 jeep@kmib.co.kr
교회 연합기관 통합 둘러싸고 갑론을박 속 물밑 움직임 분주
입력 2017-06-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