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메이 ‘하드 브렉시트’ 궤도 수정 시사

입력 2017-06-13 18:07 수정 2017-06-13 21:43

테리사 메이(사진) 영국 총리가 보수당이 조기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책임이 자신한테 있다고 인정하고 보수당 하원의원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사퇴 압박을 누그러뜨리고 시간을 벌려는 행보로 보인다. 총리 자리조차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강경 노선에서도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현지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메이 총리가 이날 보수당 하원 모임인 ‘1922 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했다고 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내가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내가 상황을 풀어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의원들이 원하는 한 총리직을 수행하겠다”며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메이 총리는 또 “당내 모든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 강경 노선을 향한 부정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보수당 의원은 노동당 의원과 접촉하면서 강경 노선 탈피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불리한 상황인 지금은 바짝 엎드리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브렉시트 강경 노선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메이 총리는 총선이 끝난 뒤인 지난 11일 브렉시트 강경파인 마이클 고브 전 법무장관을 환경식품농업장관에 지명했다. 사이가 좋지 않은 인사를 등용하면서까지 정국을 돌파하려는 의지라는 해석도 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