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우리 후방지역인 경북 성주 사드(THAAD) 부지를 정찰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의 무인기가 추락한 뒤에야 이를 확인했다.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13일 “대한민국 영공이 북한군에게 뚫렸다”고 탄식했다. 군은 지난 2014년 3월 백령도에서 무인기가 발견된 뒤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자유롭게 우리 후방지역을 비행하며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던 셈이다.
13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3년 만에 진일보한 무인기 기술을 과시했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는 몸체 길이 1.8m, 폭 2.4m로 고성능 디지털카메라(메모리 용량 64GB)와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했다. 엔진도 2014년에 발견된 무인기들은 1개만 장착했었으나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는 2개였다. 추진력이 배나 강해져 그만큼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발견된 무인기들은 군사분계선(MDL)과 비교적 가까운 수도권 지역 군사시설들을 촬영했다. 하지만 이번 무인기는 성주까지 내려왔다가 강원도 인제에서 추락했다. 무인기는 GPS 수신기에 입력된 임무명령 데이터에 따라 목표 지점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복귀좌표를 따라 돌아가는 형태로 정상 작동됐다면 비행거리는 50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우리 상공 전체가 북한 무인기의 활동 공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무인기가 사드 배치 지역을 촬영한 것은 사드 레이더와 포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요격 범위를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드 무력화를 위한 사전 탐지작업으로 북한이 사드 위력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무인기를 더 내려보냈을 수도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8일 사드 발사대가 배치된 성주 골프장 사진을 공개했다. 위성이 없는 북한이 무인기를 통해 사드 부지 촬영 사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무인기에는 사진 전송 기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무인기가 이처럼 전략적인 군사시설들을 자유자재로 정찰함에 따라 우리 군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서부전선 지역에서 MDL을 넘어오는 무인기를 포착해 경고사격을 한 사례는 있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는 기체 폭이 2∼3m에 불과하고 고도 1.5∼3㎞로 비행하는 데다 레이더 반사 면적(RCS)도 작아 저고도 레이더로도 탐지가 쉽지 않다.
서울 등 핵심 지역에는 소형 무인기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가 배치돼 있다. 하지만 전후방 지역에 모두 배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육군은 현재 저고도 탐지레이더(TPS-830k)와 열상장비(TOD)를 연계해 운용하고 있지만 소형 비행체를 탐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군은 북한 무인기 탐지를 위해 올 하반기 이스라엘로부터 전술 저고도 레이더를 추가 구매할 방침이다. 무인기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경북까지 내려와 찰칵찰칵… 우린 까맣게 몰랐다
입력 2017-06-14 00:00 수정 2017-06-14 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