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통일이 되면 남북한이 공동으로 사용할 컴퓨터 자판입니다. 통일의 그날 8000만 한민족이 같은 자판을 쓰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 광진구 ㈔한국정보관리협회 사무실에서 13일 만난 조석환(72) 회장은 자판 한가운데 하늘색 기능키 2개가 삽입된 ‘한겨레 통일 표준글자판’ 전용자판을 꺼냈다. 한겨레 통일자판은 지난해 기술특허를 등록했으며 상표등록은 지난달 마쳤다.
조 회장은 “남북은 한글 자모배열이 다른 컴퓨터 자판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자판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부터 북한 교육성 교육정보센터 관계자들과 중국 선양과 평양, 금강산 등지에서 수차례 논의하고 2006년 4월 ‘한겨레 통일 표준글자판’ 배열에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조 회장은 전산 전문가로 연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사무관리 분야 시험출제 검토위원과 교육부 교육과정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04년부터 국가컴퓨터자판 전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회장으로 재직하는 한국정보관리협회는 문서실무사, 한자어능력시험, 세무실무 등 국가공인 자격시험을 관리하는 민간시험 단체다. 2002년 시작된 문서실무사 시험은 지금까지 120만여명이 응시했다.
그는 “한겨레 통일자판의 모음은 남한의 배열을, 자음은 북한의 배열을 따르고 있는 데 입력 속도나 오타율, 타이핑 하는 손의 피로도까지 고려해 글자를 배열했다”면서 “쌍자음 쌍받침 겹모음 등을 쉽게 구현하고 타이핑 리듬이 깨지지 않으면서도 정확도와 속도를 높인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기존 자판에선 ‘ㅆ’ ‘ㅉ’을 삽입하려면 ‘ㅅ’과 멀리 떨어져 있는 시프트키를 동시에 눌러야 한다. 그러나 한겨레 통일자판에선 멀리 떨어진 시프트키 대신 스페이스바 위에 있는 기능키를 누르면 된다.
조 회장은 서울 명일성결교회 장로로 2010년부터 3년간 성결대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기독교인이라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헐벗은 북한 주민을 바라봐야지 통일 비용부터 계산하거나 적대적 자세로 제압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복음을 접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1초, 1분이라도 빨리 구원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남북통일은 컴퓨터 자판처럼 아주 작은 데서 시작될 것”이라며 “한글 통일자판이 통일의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용 자판도 만들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려놓았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컴퓨터 한글자판 ‘통일’… 조석환 ㈔한국정보관리협회장 “남북통일 디딤돌 됐으면”
입력 2017-06-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