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분석 12시간 만에 용의자 대학원생 체포, 범행 동기는 “…”

입력 2017-06-14 05:00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제1공학관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경찰 관계자들이 폭발 현장 감식을 위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최현규 기자
김 교수 연구실에서 폭발한 사제폭탄으로 텀블러, 작은 못 등이 보인다. 뉴시스


연세대 캠퍼스에서 13일 벌어진 충격적인 사제 폭탄 사건 용의자는 사건 발생 12시간 만에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원한 관계에 중점을 두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CCVT에 찍힌 범인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기계공학과 김모(47) 교수 앞으로 사제 폭탄을 전달한 용의자는 이 학교 학생인 김모(25)씨였다. 경찰은 오후 8시23분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오전부터 교수실 좌우에 설치된 2대의 CCTV, 공학관 주변 CCTV를 분석하고 주변 인물을 탐문한 끝에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김씨는 오전 7시30분쯤 책가방을 메고 4층을 두 번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경찰은 이때 가방 안에 폭발물이 들어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집 근처 CCTV에서도 김씨의 범행 후 모습이 포착됐다. 김씨가 장갑과 나사못이 들어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버리는 모습이 찍힌 것도 결정적 단서가 됐다. 경찰은 간이 화약 검사를 통해 김씨가 버린 파란색 수술용 장갑이 범행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처음엔 범행을 부인하던 김씨도 계속되는 추궁 끝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김씨가 13일 새벽 자택에서 사제 폭발물을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가 어떻게 폭발물을 만드는 것을 알게 됐는지 등은 수사 중이다. 김씨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압수해 관련 내용 등을 검색했는지 알아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학점? 취업? 범행 동기는…

경찰은 김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취직 후 기말시험을 보지 않고 학점을 받으려 했으나 거부당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원한 관계 등 모든 범행 동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학점과 취업 때문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건은 오전 8시40분쯤 연세대 제1공학관 4층 479호실에서 “택배물이 폭발해 교수가 다쳤다”는 112 신고가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상자 안에 담긴 것은 화약과 나사못 등이 들어 있는 휴대용 철제 컵(텀블러) 사제 폭발물이었다. 폭발물과 함께 수십, 수백개의 못을 담는 방식은 최근 극단주의 무장단체 IS 등이 무차별 테러에 사용했던 사제 폭탄 형태다. 이날 폭발은 화약만 연소되고 텀블러는 폭발하지 않아 다행히 피해는 크지 않았다.

해당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주변을 통제하고 4층에 있던 인원을 건물 밖으로 대피시켰다. 이후 경찰특공대, 화학구조대, 폭발물처리반,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등 70여명이 출동해 현장을 수습하고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감식견을 동원해 건물에 다른 폭발물이 있는지도 살폈다. 군에서도 대테러 위험성폭발물개척팀(EHCT) 20명을 투입했고, 국가정보원 테러정보통합센터(TIIC)에서도 인력을 급파했다.

경찰은 건물 출입구는 봉쇄했지만 다른 건물을 통한 출입은 통제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낮 12시30분쯤 입구 폴리스라인을 해제했다. 학교는 폭발 40여분이 지나서야 사고 내용을 일부 학생에게만 문자로 통보했다. 공학관에서는 사고 직후에도 수업이나 기말고사가 그대로 진행됐다. 기계공학과 3학년 권모(23)씨는 “출입이 통제되지 않았던 다른 문을 통해 공학관에 들어갔다”며 “건물에 들어서고 나서야 사고가 있었던 걸 알았다. 시험 보는 동안 무슨 일이 또 터질지 몰라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