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전력 수급 우려 커지자… 정부, 에너지 시설 점검 착수

입력 2017-06-13 18:43

지난 11일 서울 서남부와 경기 광명시 일대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뒤 여름철 전력수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정부가 에너지 시설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긴급 현안 점검회의를 열어 정전사태와 관련한 에너지시설 긴급 안전점검 결과를 공유하고 하반기 에너지 수급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중부발전, 전력거래소, 석유공사, 가스공사, 석탄공사 등 13개 에너지 공기업이 참석했다.

한전은 주요 변전소, 중부발전 등 발전사는 주 변압기와 차단기, 석유공사는 석유비축기지와 저장탱크, 가스공사는 유·무인 공급 관리소와 주 배관 관로 등을 각각 점검한 결과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주기적으로 협력업체 시설까지 포함해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11일 정전은) 전력공급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며 “이달 가동을 일시 중단한 석탄화력발전소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직후 인터넷 등에선 ‘블랙아웃’의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를 약속한 데다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원자력발전소까지 없앨 경우 정전 사태는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달 들어 노후 석탄발전소 8기를 일시 중단했음에도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 1일 최대 전력수요는 6만8853㎿였다. 11일 정전 당시 전력예비율은 22% 이상이었다.

문제는 전력수급에 영향을 줄 또 다른 변수다. 이번 정전의 원인이 됐던 영서변전소 설비 이상은 노후로 발생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노후 변전소는 40여곳이 더 있다.

이른 더위가 시작되면서 에어컨 판매가 확대되고 전력 사용량도 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7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6차 계획보다 사용량이 증가했다.

한전은 여름철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해도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전체 발전설비 용량은 11만1292㎿로 지난해 8월 최대 전력수요인 8만5183㎿가 발생해도 2만㎿가량 여유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폭염으로 인해 정부가 전기료 누진제 완화 조치를 취한 바 있어 올해 전력 사용량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