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평의원회가 총장 선거에 재학생과 동문도 참여하는 안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내년에 실시되는 서울대 총장 선거에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생들이 참여하게 된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교수평의원회는 정책평가단 구성원 가운데 9.67%를 재학생과 동문이 포함되도록 하는 개선안을 지난달 말 이사회에 제출했다. 나머지 80.64%는 교수, 9.67%는 직원이다. 이들이 1인 1표를 행사해 지지 후보에게 투표하면 이를 합산해 후보들의 순위를 매긴다. 그동안 정책평가단에는 교수와 직원만 참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매겨진 순위는 다시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의견과 합산된다. 정책평가단과 총추위의 합산 비율은 70대 30이다. 이 결과를 놓고 이사회에서 1순위부터 가부 투표를 해 최종적으로 총장이 선출된다.
개선안은 다음 달 말 열리는 이사회에서 검토할 예정이다. 한 이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내용 연구를 더 해봐야 하지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개선안에는 이사회 결정권도 줄었다. 이번 제출안이 시행되면 1순위 후보에 대해 이사회가 부결을 내지 않는 한 투표 결과가 뒤집어지지 않는다. 2014년 총장 선거 때는 이사회에서 득표 2위에 그친 성낙인 총장을 낙점해 비민주적 처사라는 반발이 있었다.
개선안을 두고 학생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총학생회 측은 “학생도 동등한 구성원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안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시흥캠퍼스 사태를 겪으면서 의결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만 학생에게 주어진 투표권이 너무 적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4월 기준 전임교수는 2104명, 학생은 2만8378명이다. 학생이 교수의 13.5배다.
정책평가단에 들어가는 교수는 전임교원 수의 15%로 316명이다. 반면 학생 수는 18명에 불과하다. 동문도 18명 들어가긴 하지만 여전히 적다. 18명을 어떻게 뽑을지도 문제다. 평의원회 측은 “학생회가 먼저 5배수의 선거인단을 뽑으면 선거 당일 임의로 전화를 돌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학생 참여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단과대학 학장은 “원론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요즘 학생들은 자기 앞가림하기 바빠 학내 사정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낮아 무산될 위기에 처한 적이 많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공과대학의 한 교수도 “상징적인 참여는 좋지만 비율이 늘어나면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은 의결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총학생회 측은 “기획위원회, 재경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에 의결권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학생이사제도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하버드, 예일 등 미국 대학에서는 졸업생이 이사를 뽑거나 직접 이사로 참여한다.
학내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는 교수와 학생 모두 공감한다. 홍지수 대학원총학생회 사무총장은 “이번 총장 선거 방식 개선안은 의미 있는 결과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된 건지도 공유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교수평의원회 의장도 “투명성을 강화하는 사회 흐름에 우리도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단독] 학생들도 ‘총장선출’ 시대 오나?
입력 2017-06-13 18:28 수정 2017-06-13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