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작은 거인, 빅보이 넘어설까

입력 2017-06-14 05:00

‘작은 거인이 큰 거인을 넘어설 수 있을까.’

KIA 타이거즈의 ‘작은 거인’ 김선빈(사진)이 롯데 자이언츠 ‘빅보이’ 이대호가 굳게 지켜온 타격 1위 자리를 위협 중이다.

13일 현재 이대호의 타율은 0.370이고 김선빈의 타율은 0.362로 8리 차이에 불과하다. 이날부터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KIA와 롯데의 3연전 승부 때 타율 선두가 뒤바뀔 수 있다.

올 시즌 주로 9번 타자로 출전 중인 김선빈이 타율 1위로 시즌을 마치면 프로야구에서 처음 하위 타자가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타격이 약한 선수가 배치된다는 9번 타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KBO에 따르면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타율 1위를 차지한 선수들의 타순을 보면 3번 타자와 4번 타자가 각각 14회, 13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1번 타자가 5회, 5번 타자가 2회, 2번 타자 1회였다. 6∼9번의 하위타선에선 타격왕이 단 한 차례도 배출되지 않았다.

2008년 프로에 데뷔한 김선빈은 작은 신장의 열세 속에서도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준 다재다능한 타자였다. 하지만 3할 타율을 기록한 것은 2013년(0.300) 단 한 번뿐이었다.

김선빈이 타격에 눈을 뜬 것은 2015∼2016년 상무에서 뛰면서부터다. 밀어치기에 능했던 김선빈은 여기서 몸쪽 공에 대한 당겨치기 능력을 향상시켰다.

이영수 상무 타격코치는 “김선빈은 원래 몸쪽 공도 밀어치기만 했을 정도였다. 몸쪽 공이 왔을 때 타격 자세를 잘 잡아서 완벽한 스윙으로 당겨 치라고 지도했다”고 말했다. 꾸준한 훈련을 거듭한 165㎝의 김선빈은 타격의 달인으로 불리는 194㎝의 이대호와 맞장을 뜨는 단계까지 왔다. 다윗이 골리앗을 누르고 하위타선의 기적을 보여줄지 프로야구계는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