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우승 반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던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마침내 ‘무관의 제왕’ 꼬리표를 떼어냈다. 그것도 미국프로농구(NBA) 현역 최고 스몰포워드 자리를 두고 경쟁해왔던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앞에서 생애 첫 파이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듀란트는 2007년 NBA에 데뷔해 신인왕을 차지하며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정규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4차례(2010 2011 2012 2014)나 가져가며 ‘득점기계’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골든스테이트로 이적하면서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이미 ‘빅3’ 스테픈 커리, 클레이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이 건재한 골든스테이트에 합류해 우승을 쉽게 하려고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더구나 골든스테이트는 듀란트의 전 소속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서부 컨퍼런스 최대 라이벌 팀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 팬들에게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듀란트의 이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지난 10년간 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해온 듀란트가 유일하게 갖지 못한 게 바로 우승 반지였다. 골든스테이트로의 이적은 그의 커리어에 ‘우승’이란 두 글자를 아로새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NBA 파이널 5차전(7전4선승제). 골든스테이트는 3년 연속 파이널에서 만난 ‘디펜딩 챔피언’ 클리블랜드를 129대 120으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2014-2015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챔피언에 등극하며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39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한 듀란트는 파이널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자신의 목표를 이뤘다.
사실 듀란트는 2012년 오클라호마시티 시절 파이널 우승을 차지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 하든과 함께 뛰며 생애 처음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상대는 제임스와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가 버틴 마이애미 히트였다. 듀란트의 오클라호마시티는 라이벌 제임스가 이끄는 마이애미에 1승 4패로 져 파이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자존심을 구긴 듀란트는 경기 후 라커룸으로 향하는 길에 어머니와 포옹하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듀란트는 5년 만에 파이널에서 만난 ‘1인자’ 제임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파이널 5경기 연속 30점 이상을 쏟아내며 경기당 평균 35.2점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4차전에서는 제임스와 거친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날 우승 후 격려의 포옹을 나누며 아름답게 시리즈를 매듭지었다. 지긋지긋했던 ‘2인자’ 인생과도 작별을 고했다. 듀란트는 경기장을 찾은 어머니와 포옹하며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에는 5년 전의 아쉬움을 털어내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듀란트는 “4차전이 끝난 뒤 이틀 동안 잠을 못 잤다. 팬들의 성원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고 골든스테이트에 소속돼 너무 행복하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2012년부터 제임스만 보면서 농구를 했다”며 “파이널에서 1승 1패를 주고받았는데 앞으로 다시 제임스와 만날 것 같다”고 라이벌과의 우정어린 승부를 다짐했다. 제임스를 넘고 지난날의 패배를 되갚고자 했던 강한 집념이 지금의 듀란트를 NBA 최정상에 올려놓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무관의 제왕’ 10년 만에 왕관 썼다
입력 2017-06-13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