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부는 한국 경제, 암초 많아 낙관하긴 이르다

입력 2017-06-13 05:01

올해 들어 한국경제에는 기업 실적과 수출 호조 등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은 아직 이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하반기 한국경제의 리스크다. 실적을 선반영하는 코스피지수는 고공비행 중이지만 실제 경제지표와 다소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추가경정예산 투입 등 적극적인 정부 재정정책이 시급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우선 수출 등 지표가 개선세지만 뜯어보면 아직 의구심이 남아 있다. 12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기저효과를 의심한다. 올 상반기보다 지난해 상반기가 더 안 좋았기에 개선세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수출액, 기업 매출액 등 대부분 지표가 지난해 상반기 가장 안 좋았고, 하반기 이후 좋아졌다”며 “올 하반기 지표의 증가율은 상반기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수출액 증가율(13.4%)은 4월(24.1%)보다 줄었다. 관세청은 조업일수 감소 등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이달 1∼10일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줄었다.

기저효과만이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수출 회복세는 가격 상승이 이끌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1∼4월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16.8%였다. 이 중 가격 상승 부분(10.1% 포인트)이 물량 증가 부분(6.8% 포인트)을 넘어선다.

그런데 가격 상승을 주도한 국제유가가 하락세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2월 배럴당 54달러 수준에서 지난 9일 45달러까지 내렸다. 미국이 추가 이란 제재안을 논의하는 등 앞으로 유가는 하락 요인이 더 많다. SK증권은 주요 원자재 가격 둔화에 따른 하반기 수출 증가율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겉으로 보이는 경제지표 호조 때문에 추경 편성이 발목을 잡혀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5%로 올렸지만 한국의 전망치는 2.6%로 유지했다. 가계부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가능성 등을 리스크로 꼽았다. 한국 수출 개선세는 아직 고용 및 가계소득 등 민간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실업자 수는 전년 대비 9만9000여명 늘어난 117만4000여명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경제동향 6월호’에서 “추경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추경 편성이 잠재 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국가 신용도에도 중요한 지지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 등에서 봄바람은 더디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를 기록했다. 이 중 건설투자 기여도가 1.1% 포인트를 차지한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기여도는 각각 0.2% 포인트, 0.4% 포인트에 머물렀다. 정용택 연구원은 “GDP 반등을 빌미로 추경 필요성 논란이 제기되는 건 경제지표 착시 현상이 경제 방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