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사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표준임대료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제도 개선과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에도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부동산 규제와 주거 복지에 방점을 둔 김 후보자의 소신이 그간 국토부가 유지해 온 정책 방향과 정반대여서 부동산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김 후보자는 최근 서울 등 국지적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로 완화한 박근혜정부의 조치가 결국 가계부채를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향후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잠재우고 가계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LTV·DTI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DSR은 주택담보대출만이 아니라 전체 금융회사에서 빌린 모든 대출을 평가해 가계부채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또 “취임 이후 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현장점검반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하겠다”며 “과열이 심화되거나 확산 우려가 있을 경우 관계 부처와 함께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천명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전월세상한제를 유력하게 검토할 뜻도 내비쳤다. 전월세상한제는 집주인이 세입자와 재계약할 때 전월세 가격 상승률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김 후보자는 “전세의 월세 전환과 전셋값 상승 등으로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세입자 주거 안정과 집주인 권리 보호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주택임대차 계약을 맺고 2년 거주한 세입자가 원하면 2년 추가로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표준임대료 도입도 김 후보자의 정책 패키지에 포함됐다. 표준임대료는 주택 위치와 상태, 건축 시기와 내구연한 등에 따라 전월세 표준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현재 주거 약자 보호를 위해 공급되는 공공임대의 경우 표준임대료가 고시된다. 이를 민간 영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올해부터 일부 사업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 온 뉴스테이 제도는 대수술을 예고했다. 택지·세제·기금지원 등 특례에도 임대료가 저렴하지 않고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문제와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후분양제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투기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특정 분양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임대는 2022년까지 20만 가구를 차질 없이 공급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상인 9%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공급량의 30% 수준인 연평균 4만 가구는 신혼부부에게 공급할 방침이다.
국토부가 그동안 도입을 미뤄오던 정책들이 김 후보자 취임 이후 한꺼번에 도입될 경우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15일 열린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김현미 국토부장관 후보자 “전월세 상한·표준임대료 단계 도입”
입력 2017-06-12 21:26